[영화평] Gravity
'작용 반작용'이라는 제목이 훨씬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영화 Gravity의 예고편을 보고 딱 제 스타일의 영화일 것이라 직감 했고, 꼭 봐야겠다고 결심 했었습니다.
우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생각만해도 끔찍하고 두려운 일을 소재로 하고 Happy Ending으로 끝난다는 정보 말고는 스토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채 4DX로 감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참 재미 있다고 하여 많은 기대를 하고 봤는데도 이 영화는 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 기대는 다른 형태로 충족 되었습니다. 사람들마다 다 재미 있다고 하길래 아주 재미 있는 영화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기대는 완전히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 영화가 흥미진진 하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재미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제 말 뜻을 공포 영화에 빗대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저는 공포 영화들이 재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영화로 부터 느끼는 공포감을 통해 다른 쾌감을 얻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가 재미 있다고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 역시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 보다는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다른 쾌감 때문에 재미 있다고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영화 자체가 재미 있기 보다는 공포 영화가 주는 재미와 비슷한 형태로 재미를 안겨 주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다른 공포 영화들 처럼 영화가 끝난 후에 얻게 되는 안도감, 그리고 주인공이 공포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느끼게 되는 쾌감도 있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재미는 몰입인것 같습니다.
요근래 보기 드물가 아주 깊게 몰입해서 본 영화였는데, 집중해서 영화를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제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긴장감, 절박감, 그리고 고독감을 느꼈는데 이 영화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요인은 세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제가 4DX로 봤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영화속의 주인공의 움직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움직이거나 진동하거나 튕겨 주는 의자, 그리고 주인공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거나 옆으로 뭔가 휙하고 지나갈때 간간히 얼굴 정면 그리고 옆으로 불어주는 바람. 그 밖에도 촉각,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4DX의 효과는 영화에 몰입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조금 간단합니다.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의 광활한 우주 공간에 등장하는 인물은 고작 몇명 밖에 안됩니다. 그나마 나오는 몇명 중에 살아있는 상태로 나오는 사람은 세명. 그 세명 중에 한명은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채 죽고, 또 한명 역시 빨리 죽고, 그 후로는 주인공 혼자 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이유는 아주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짧게 요점만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쉽게 접할 수 없는 우주에서의 재난을 정말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현재 인류 문명의 수준이 정말 그대로 반영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좀 있기는 했지만, 현재의 과학 문명으로도 우리가 우주에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물리적인 한계들에 대해서 만큼은 정말 사실적으로 잘 묘사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렇게나 사실적인 묘사는 처음 보기에 신기했고 마치 무슨 우주에서의 서바이벌을 위한 정석인냥 집중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우주에 갈 수 있는 일이 우리 세대에도 올 수 있을지 몰라서...
4DX를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등장 인물도 거의 주인공 혼자이고, 이건 거의 사실이나 다름없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영화를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해서 제 자신이 주인공에 이입이 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물리에 대한 이해가 많아도 익숙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대처하기 거의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여 보겠다고 본능적으로 발버둥 치는 주인공!!! 하지만 그것은 얄짤 없이 효과가 전혀 없는 주인공의 절박한 몸부림... 우주에서 실제로는 저렇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오는 어쩔 수 없는 긴장감. 어느정도 위험에서 벗어났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면 몰려오는 고독함. 이 긴장감 그리고 고독감으로 부터 오는 두려움은 영화 간간히 나오는 무음 상태가 더욱 극대화 해줍니다. 얼마나 긴장하면서 봤는지 영화 끝나고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좀 힘들어지더군요. 감기에 걸려 몸이 피곤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요...
거기다가 학교를 다니며 배운 물리 이론들을 떠올리며 주인공이 처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내린 판단에 따른 그녀의 행동을 보며 그것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지 계속 분석을 하며 쉴새 없이 머리를 돌리며 봤더니 열량 소모가 많아서 그런지 다 보고난 후에 배가 고팠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통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우리는 미물이고 우리가 느끼는 세상의 고뇌는 정말 사소한 것이라는 것. 너무 사소한 것이기에 세상으로 부터 멀어지면 온갖 고뇌들을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그런 고뇌들을 다시 느끼지 못하는 상황, 곧 죽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고뇌하는 것들 때문에 결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주었고요, 그 반면에 누구나 죽음에 대해서 고뇌하게 되는데 이 역시 사소한 것이므로 때로는 자신의 생명이 희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서 과감히 숭고한 희생을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이 참 놀라웠는데, 주인공으로 나온 만으로 49세인 Sandra Bullock의 몸매는 놀라울 정도로 건강해 보여서 정말로 놀랐고, George Clooney는 늙으면 늙을수록 더 멋있어지는것 같아서 놀랐고, 다른 배우에 대해서는 나오질 않으니 할 말이 전혀 없네요...
마지막으로 무음처리를 통한 연출법, 디테일한 재난 상황의 표현, 그리고 우주에서마 볼 수 있는 장관의 시각적 연출이 인상적이고 돋보였던 훌륭한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블루레이 나오면 소장해야겠습니다...
별점: ★★★★★★★★★☆ (9/10)
명대사: You have to learn to le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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