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Memento
기억은 우리를 지배 한다. 하지만 기억은 우리가 만들어 낸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이 영화의 구성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시간상으로 가장 마지막에 벌어진 일이 영화의 첫 장면으로 보여지고, 단계적으로 시간을 역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역순으로 풀어가면서 중간 중간에는 시간상 처음으로 일어났던 일을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게 처음과 끝에서 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이야기의 시간 흐름상 1/4 지점으로 두 이야기는 수렴하면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줍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도표 참고하세요.
이런 영화의 구성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어떤 일련의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심리적 상황의 표현을 극대화 하기 위해 사용된 기법이라 생각됩니다. 주인공은 어느날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샤워중인 아내가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살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를 구하다가 머리에 부상을 입어 기절하고 단기 기억 상실증세가 생겼는데, 그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채 살해당한 아내의 복수를 꿈꾸면서 살인자를 찾아다닙니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주인공은 늘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메모를 남기고 중요한 내용은 몸에 문신을 새겨 살인자를 찾기 위한 수사망을 좁힙니다. 영화가 주인공이 자신의 짧은 기억력으로 살인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면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은 거꾸로 주인공의 왜 그 사람을 죽였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영화 처음부터 주인공이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이유와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설명만 하면 구성이 좀 특이한 뻔한 스토리의 영화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반전에 반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전은 확실한 반전이 아닌 애매 모호한 반전입니다. 모든것이 확실해지려는 순간에 영화는 우리에게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네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그런 질문...
결국 마지막에 어느정도로 이야기가 정리가 되어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동기가 밝혀지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 답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않은채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 Inception은 이 영화에 비하면 정말 많은 것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전개 순서가 순차적이지 않기 때문에 헷갈리는 부분도 있고요.
오래 전의 영화이지만 그동안 미루고 미루고 안보다가 어제 밤에 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궁금증이 생기게 하는 이 영화, 좀 짜증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 이것은 비단 단기 기억 상실증 증세 때문에 기억이 없어지는 그런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억은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고 그 기억을 형성해 가기 때문이며 기억하기 싫은 것은 때로는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통해서 사람들이 과거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 집착으로 인해 사람이 얼마나 이성적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이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수도 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래된 영화라 많이들 보셨겠지만 못보셨다면 강추입니다.
명대사: Memories can be distorted. They're just an interpretation, they're not a record, and they're irrelevant if you have the 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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