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시외버스를 타고 대전에 내려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생겼던 일을 통해서 다시한번 사랑, 연애, 결혼등, 저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대략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기 3분 전에 탑승했습니다. 저는 창가쪽 자리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여성분께서 제 옆에 앉으셨습니다. 그러더니 창밖에 배웅나온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에게 차가 떠날때까지 열심히 흔들었습니다... 저를 사이에 두고 둘이 손을 열심히 흔드는데 참 어색하더군요... 그 둘의 뜨거운 사랑에 감동 받으며, 솔로인 제 신세를 한탄하면서 경부 고속도로로 들어가기 전까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경부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저는 책과 소형 LED 손전등을 꺼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안그래도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책까지 읽으니 잠이 솔솔 왔습니다... 읽고 있던 페이지 까지만 읽고 잠을 자야지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 옆에 앉아서 혼자 헤드뱅잉을 하시면서 졸고 계시던 여자분께서 갑자기 제 어깨에 기댑니다...

순간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얼음이 되었습니다. 보통 제 어깨에 기대는 사람은 아저씨들인데, 그 날은 어쩐 일인지 여자분께서 제 어깨에 기댔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짜증이 났습니다... 남자친구도 계신분이 왜 이러실까 하고... 게다가 그 여자분 때문에 잠이 깨어버려서 책을 계속 읽기로 했는데 책장을 넘기려고 하다보니 여자분이 깰것 같은데, 좀 무안해 하실것 같아서 좀 미안하고...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책장을 한두장 넘기면서 책을 읽어보니 완존 시체처럼 잠을 주무시고있더군요... 어깨를 들썩 거려도 잘 모르더랍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얼마가 그렇게 있다가 여자분께서 갑자기 정신을 차리시더니 아무일 없다는듯 다시 똑바로 앉아서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살짝 섭섭했습니다. 나의 든든한 어깨를 빌려줬는데, 고맙다고 인사도 안학고 죄송하다는 말도 안하고... 게다가 혼자 난 정말 괜찮은 남자야... 라고 혼자 마인드 컨트롤 하고 있었는데, 더이상 제 어깨에 기대어 자지를 않으니 난 괜찮은 남자라고 우길 꺼리가 없어지더군요...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좌우 앞뒤로 헤드뱅잉을 다시 시작하시더니 결국 제 어깨에 기대시더랍니다...

이때부터는 약간 마음의 동요가 옵니다... 나의 책 읽는 지적인 모습에 뿅가서 작업을 거는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보기도 합니다...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아예 편히 자라고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냥 신체의 일부분이 맞닿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설레는 제 자신을 보고 남녀사이에서의 스킨쉽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고, 얼굴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러니 말이죠... 하지만 난 신중한 남자~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판단하기로 하고 남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사료되는 그 여자분을 그냥 편히 쉬게만 방치했습니다...

결국 대전에 도착해서 내릴때 하도 궁금해서 얼굴을 확인해봤는데, 30대 중반의 아가씨가 아닌 아줌마 처럼 보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남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아무런 행동도 섣불리 저지르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어제는 제 신중함이 승리한 날이었습니다...


대략 어제 밤에 이런 일이 있었고, 그러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외로운 나에게 필요한건 사랑일까 여자일까? 그냥 여자라면 그냥 아무나 만나서 결혼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는 누군가를 애타게 좋아하게 되지도 않으니 누굴 애타게 사랑할 일도 없는것 같고, 굳이 사랑이라는 감정 없이 여자를 통해서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어 그 감정을 사랑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냥 괜찮은 여자를 만나는것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누군가 애타게 좋아할만한 사람이 안나타나서 그냥 괜찮은 사람하고 결혼했는데 그때서야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냥 단념해버리기는 좀 아까운 인생같고... 적어도 내가 내 배필을 선택함에 있어서 내가 평생 사랑하고 챙겨주면서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결혼을 할 수 있고 그 결혼을 유지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그냥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혼하는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연애, 사랑, 결혼의 정확한 관계에 대해서 알 수 있다면 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것 같은데... 찾기가 쉽지 않군요...

일단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의... 평화로운 결혼생활을 위해 필요한 사랑이라는 감정의 정도, 그리고 그 감정은 어디서 어떻게 왜 오는 것인지... 그리고 연애란 것에 대한 실체... 연애와 결혼의 관계... 연애는 왜 하는지... 연애를 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는지, 결혼을 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지... 그리고 여자 그 자체... 아~ 난 다 잘 모르겠다...

복잡해서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것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냥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같이 취미생활하고, 건설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배려심 많은 영어를 조금 잘하는 키 적당히 작고 귀여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렵군요...

혹시 취미로 iTunesU로 스탠포드 강의 듣고 싶으신 분 안계신가요???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