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님께서 사용하시던 핸드폰이 맛이 가면서 전화기를 바꾸시게 되었는데, 3G 단말기로 바꾸게 되면 전화번호를 011에서 010으로 바꾸셔야 한다는 말에 2G 단말기를 사용하시고 싶어하시는 바람에 제가 오랜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처음 장만한 단말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SCH-B490이라는 삼성 애니콜 모델로 위성 DMB가 되는 300만화소 카메라가 들어있는, 구입 당시에 70만원이라는 쌩돈을 내고 구입한 전화기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돈을 많이 벌것이라는 기대감에 그런 미친짓을 감행했었는데, 그때는 뭘 몰랐나봅니다...

어쨌든, 단말기를 외숙모님께 드리기 전에 노안으로 원시가 심하신 외숙모님을 위해서 메뉴의 글씨가 크게 나오도록 설정 바꾸고 (아~ 이 세심함) 저장되어있던 개인 정보들을 다 삭제 하였습니다. 문자 메세지들을 삭제하면서 제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문자들 몇개를 발견했습니다... 지우기가 아쉬워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2006년 10월 31일에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되었음을 확인받은 문자... 이때는 참 포부도 크고 꿈도 크고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대기업이었던 첫 직장에 대한 실망감은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잘난것도 없이 너무 생떼만 부리면서 상사들에게 미움만 사는 행동만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도 그당시에 같이 일했던 많은 분들께서 많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어쨌든, 와서 일해줬으면 좋겠다는 말, 그리고 전문연구요원으로 뽑아주겠다는 말에 선듯 결정해버렸던 첫 직장은 제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그런 업무를 해야만했고, 꼭 그럴 필요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물론 제 혼자의 생각이지만) 적성에 맞지도 않는 업무를 강요당했던 제 인생의 암흑기였습니다... 그리고 2007년 12월 6일에 훈련소 입소를 하게 됩니다...


그런 힘든 시기에 기초군사훈련을 위한 4주 훈련은 제게 꿈같은 휴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약 9개월을 회사를 더 다녔고, 새로운 살길을 모색해야겠다는 강한을 보이며 이직 준비를 했습니다. 병무청에 여러번 전화하면서 치밀하게 이직준비를 한 저에게 전문연구요원은 이직이 힘들다는 말도 안되는 그 당시에 다니던 회사의 인사과 대리님과 여러번 다투고 결국 전문연구요원 복무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이직을 하게 됩니다...


2008년 9월 2일 결국 전문연구요원의 이직은 가능은 하지만 거의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인사과 대리님의 어처구니 없는 말과는 다르게 너무 쉽게 전직 승인이 병무청에서 이루어졌고, 2008년 9월 15일인지 16일인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새 회사로 출근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제 두번째 회사... 이직 당시에도 이미 어마어마한 부채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기에 그 사정을 아시는 분들은 저의 이직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은 복무기간 1년의 기간을 첫 직장에서 보낸 2년에 가까운 시간 처럼 보낼 수 없었으며, 제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해서 이직을 했습니다... 지금 버는 돈보다는 남은 군 복무기간 1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 벌 돈을 더 크게 좌우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직한 회사는 IT 업계 쪽에서 유명한 IT업계의 실미도라고도 불리는 T사... 결국 1년 도 못다닌 후에 슬슬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1년이 되는 시점부터는 월급이 아예 안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직할 당시부터 이미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막상 월급을 못받게 되다보니 씁쓸하더군요... 그래도 전공했던 분야에 다시 몸담게 되면서 첫 직장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다시 시대의 흐름에 눈을 뜨기 시작해서 첫 직장을 버리고 나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월급 연체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회사 경영과 제품 개발에 대한 불만 때문에 다시 이직을 하게 됩니다...

눈이 엄청 많이 오던 2010년 1월 4일(참고글- 2010년 1월 4일 폭설 내리다...)부터 다니고 있는 회사는 매우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비해 연봉은 좀 깎였지만, 사실 지금은 돈 버는것 보다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되고 지금 그런 환경이 장 갖추어져있어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그냥 제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주었던 문자들이기에 소중하게 간직해뒀었는데, 다시 보니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군요... 여러분에게는 가끔 이렇게 과거를 되돌아보게 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습니까? 사진도 그렇겠지만, 이런 문자는 또 색다른 느낌을 주는것 같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