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후보 단일화 토론을 보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 입니다. 저 또한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 2012 대선 후보 단일화 토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게 되었는데 토론을 본 소감을 간단히 적어보자 합니다.
일단 두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의지는 강한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듯이 서로에 대한 존중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단일화의 문제는 대체로 나라의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방향은 같으나 방법에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두 후보 모두 현 정권과 전 정권들의 잘못들을 지적하고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비슷한 대안들을 내 놓았지만 그 방법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정책을 적용하는 범위와 시기인것 같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조금 다급하게 차기 정권을 집권하게 되면 자신의 임기 내에 국민들이 불만스러워 하는 현실을 어느정도 모두 고치려고 하는듯한 입장으로 보인 반면 안철수 후보는 앞으로 이 나라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현실적인 선에서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입장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나 대학교의 반갑 등록금은 현실적으로 내년에 전국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문재인 후보는 이 공약에 대해서 차기 정권을 집권하게 된다면 임기내에 현실화 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것 같습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위의 두 사안 뿐만 아니라 재벌 청산을 포함한 경제 민주화 그리고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차기 정권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정책들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또 문재인 후보는 구체적으로 내세운 공약들을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지킬 것인가를 강조한 느낌을 받은 반면에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생각들을 통해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고 방법에 대해서는 open ended question으로 바라보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의 종합적인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았습니다.
두 후보가 단일화의 과정에서 약간의 오해도 있었고 아직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있지만 그 과정에 임하는 태도를 보고 예전에 비해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약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단일화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토론을 보고 누구로든지 단일화가 되어도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에 대한 신뢰는 없지만 적어도 두 후보 모두 나아가려는 방향 자체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인 성향상 안철수 후보의 생각에 기울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듯이 안철수 후보는 정치적 기반이 없어 차기 정권의 수장이 된다 하여도 많은 일을 하지 못할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어느정도 동의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정권을 잡았을때 정권을 휘어잡고 나라의 개혁을 할 수 있는가 보다는 누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나라를 개역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미 몇번이나 말했듯이 문재인 후보의 공약들도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과는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아마 가장 큰 차이는 얼마나 그 방향으로의 빠르게 진전 하느냐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문재인 후보의 생각 보다는 안철수 후보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변화가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대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는 우리나라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만 특수하게 존재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데, 그것을 5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쉽게 바꾸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바꾼다고 해서 상황이 바로 좋아질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들어닥친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더 안정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에 우리나라도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의 흐름을 적절히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시대를 거슬러 과거로 갔다는 견해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두 후보가 제시한 방향으로 나라가 변한다면 어떻게 변화하든지 간에 그것은 이미 엄청난 변화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엄청난 변화의 과정 자체도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충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5년 안에 모두 고치려고 하고자 한다면 지금 상황에 못지 않은 엄청난 후유증이 생길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어쩌면 문재인 후보는 또 나중에 정권이 바뀐다면 차기 정권에서 제시한 정책들의 방향이 모조리 바뀌는 것을 우려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 또한 슬픈 현실이지만 현실인 만큼 그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후보들이 자기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 하듯이 후보들도 국민들을 믿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국민들이 믿고 뽑은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이 그 정권에서 빛을 보고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하여도 국민들이 원했던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이 들면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하여 재집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 후보들도 소신껏 국민을 위해 행정을 수행한다면 국민들도 그것을 알고 다음 대선에서도 똑같은 정권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다음 정권에서 성사 시키고 모든 문제를 해결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국민들 또한 어떤 정권이든지 내세운 공약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 정권을 계속 믿고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능력있는 정부 보다는 의도가 좋은 정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의도가 좋은 정부는 알아서 자신의 능력도 향상 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이 궁핍해 진 탓을 정부에게만 돌리는 것은 잘못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결국에는 나라의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손으로 뽑기도 하였고, 당장 자기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탓에 정치인들에게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거나 사회가 악순환에 빠질만한 근시안적인 정치 공약들만 내세우게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인들의 공약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행보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 때문에 이번 대선은 어느때 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는 짧고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의 대선도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했습니다. 91년 때 첫 문민정부의 탄생 때문에도 그랬고, 96년에는 첫 정권 교체 때문에 그랬고, 2001년에는 처음으로 교체된 정권이 평가받는 상황 때문에 그랬고, 2006년에는 어려워진 나라 경제를 구해줄 사람을 뽑아야 했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의미 있는 대선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독재자의 딸이 대선으로 출마를 했고, 민주화가 역행했다고 평가받는 이번 정권에서 다시 민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과 기존 정치 세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을 대변해서 나온 신흥 정치 세력이 후보 단일화를 협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좋은 결론으로 이르렀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여담으로 몇마디 더 하자면...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보다 정치 경력이 긴 만큼 안철수 후보보다 여유도 있었고, 말하는 것이나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이 더욱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매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치 경력이 짧고 국정 경험이 없는 만큼 조금은 naive한 발언들을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과정을 정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답답함에 호소하면서 안철수 후보가 오해한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대한 자신의 발언에 따지는 모습이 조금은 소심해 보였고,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계속되는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대한 오해에 대해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들이 계속되면서 따지는 수준으로 가자 약간 삐진 모습을 보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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