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침에 출근하는데 누가 보고 있는 신문에서 아래의 공개 사과 광고문을 봤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벌어진 비리 사건을 두고 국민 앞에 사죄한다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글을 보고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쾌적하게 할당된 공간에 보기 좋게 나열된 글씨들, 그리고 친근해 보이는 글씨체... 이것은 사죄의 글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미지 광고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배경에 녹색 미래를 약속하는 수력과 원자력 발전의 상징인 푸른 들판과 하늘이 있는 사진까지 곁들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eing sarcastic).


더군다나 이 글의 내용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의 글. 무조건 엄정한 도덕률로 재무장 하겠다는 말. 게다가 글의 출처를 임직원 일동으로 하여 연대책임으로 무마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자세. 


안읽은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누구의 이름을 걸지도 않고 임직원 일동으로 사과를 하는 모습에 과연 그들이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는지,  진정으로 그 잘못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또, 일부 소수의 잘못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더렵혀져서 일부 잘못 없는 임직원들에게도 피해를 준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사과글의 출처를 임직원 전체로 해놓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회사나 조직에서의 공개적으로 하는 사과의 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 또는 내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발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과해야 하며,
  2. 자기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확실히 언급하고 그 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이 있어야 하고,
  3. 저지른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어떤 조치들이 취해졌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이라는 곳은 아무리 수평적인 조직이라 하더라도 리더는 있어야 하고 그 사람에 따라 조직이 움직여야지만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직원의 이름을 걸고 잘못했으니 사죄를 하고 앞으로는 더욱 잘하겠다는 말은 너무나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임직원들 각자의 생각들은 다를테고 도덕률에 대한 기준도 다를테고 앞으로 그 조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리더로 부터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분명이 있을텐데 임직원이라는 이름 아래에 숨겨주거나 숨어서 신문을 통해 사죄하는 글이나 올리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이 사죄하는 글에 진정성이 느껴지십니까?


여자들이 화났을때 남자들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면 더 화내면서 "뭘 잘못했는데"라고 물어보는 심리가 이해가 갑니다... 그 문제를 깊이 들여다 보면 남녀 사이의 경우에서는 남자가 뭘 잘못해서 여자가 화났는지 진짜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는 측면은 좀 다르지만요...


원자력 안심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것 보고 솔직히 저는 치솟는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감안해보면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서 원자력을 울며겨자먹기로 지지하는 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좀 갖고 있었고요. 하지만 비리가 발생한 것도 그렇지만 그 사건에 대처하는 모습들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이래가지고 원자력 믿을 수 있을까요?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