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늦더위가 찾아오면서 한국 전력공사에서 예상 전력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여 전력 수급이 문제가 되어 서울 강남 일대에 계획 정전이 발생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의 배경을 여름이 끝나고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발전소의 유지 보수를 위해 가동률을 줄여서 전력 수급에 능동적으로 제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정부에서는 그당시 사건의 원인과 별로 상관 없는 에너지 절약을 더욱 더 호소하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유난히 정부에서 난방 에너지 절약 협조 공문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는 편에 속하기는 하다고 생각합니다. 낭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는 낭비를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의 낭비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고, 그 낭비는 기회 비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한 여름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장사를 하는 가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을 통해 뜨거운 열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냉방을 최대로 틀어 놓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은 굉장히 큰 에너지 낭비이지만 그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방법이 매출을 더 많이 올려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에너지가 수급 가능한 정도선에서는 경제가 더 활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을 과도하게 할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물론 에너지 절약이 환경 문제와 직결된 문제이고 제한된 지구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은 만큼 소비하면서 그에 따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다른 효과가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냉방 뿐만 아니라 난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겨울철에는 집에서라도 따뜻하게 지내면서 좀 자유롭게 쉬고 활동하고 싶어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위한 기회비용을 난방비로 충분히 지출할 생각은 있습니다. 따라서 난방을 좀 과도하게 틀어나도 창문을 열고 지내거나 사우나 처럼 되지만 않게 하고 얇고 가벼운 옷 정도만 입고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난방을 하는 것은 제게 기회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이지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겨울철에 난방 에너지의 낭비가 의도하지 않게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가끔 UFO가 착륙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뭔가 했더니 문 밖에서 바람이 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면서 문이 진동하기 때문인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저는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고 문 밖은 실내 복도입니다. 이런 실내 복도에서 바람이 세게 분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부람이 부는 이유는 두 공간에서 가지고 있는 열 에너지의 차이로 인해서 공기의 밀도의 차이가 생겨 대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내에서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것은 건물 내에 어디선가 열 에너지가 많이 손실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해 봅니다. 그리고 아무리 실내에 열 에너지가 많이 손실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공기가 어느정도 밀폐 되어있다고 하면 그 공간에서 공기의 밀도 차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태 살아본 집들은 대부분 창틀을 어떤 것을 쓰는지 어디선가 계속 찬 바람이 불어 들어옵니다. 결국 어디론가 공기가 새어 들어오고 어디론가 공기가 새어 나가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이 빨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건물을 이따위로 만들어놓고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누구라도 감당할 수 있는 난방비만큼은 지불하고서라도 따뜻하게 살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저는 큰 오피스텔에 살아서 건물을 비교적 잘 지어진 건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전에 4층짜리 원룸 빌딩에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그 건물은 그냥 바람막이 정도의 역할만 합니다. 창틀에서 바람 새는 것은 물론이고, 겨울에 벽이 얼음같이 차가워져서 주말에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하룻동안 꼬박 난방을 틀어놔야 좀 따뜻해지는 난방 열선이 베란다에도 깔려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여름에는 벽이 뜨끈뜨끈 해지고요. 옆에서 짓는 4층짜리 원룸 건물의 공사를 살펴보니 군데 군데 스티로폼 조각 비슷한 것을 붙이는 것으로 단열 공사를 끝내는것 같더군요... 그정도로 날림으로 한달이면 집을 짓습니다.

하물며 제가 살고 있는 겉만 봐서는 근사해 보이는 오피스텔 건물 마져도 겨울철에 여기저기서 난방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데, 더 작고 볼품 없어 보이는 건물은 얼마나 상황이 안좋을지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건물들은 난방 에너지가 많이 낭비 되게 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거, 사무 환경 속에서 겨울철에 에너지 절약하라고 하면 난방비가 절약될까요?  사람마다 계절에 따른 적정 온도의 기준이 달라서 저보다 난방을 덜 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겠고, 많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자기가 원하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회비용을 난방비로 지불하는 것일 뿐이지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낭비는 우리가 할 수도 있지만 건물이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집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적인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난방비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정책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런 연구가 국가지원으로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것이 진정한 서민 정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갑자기 추워져서 눈보라 쳐서 난방을 킬까 말까 고민하다가 문에서 UFO 착륙하는 소리가 들리던 어느날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을 좀 구체화 시켜서 적어봤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