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Keynote을 보고...
매우 인상적인 WWDC 2012 Keynote이었습니다. 올 초에 Tim Cook이 The New iPad를 발표할때 "We have plenty of exciting things to show you this year"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보여줄게 있어봤자 얼마나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던것 같습니다.
오픈되지 않은 기술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있고, 늘상 Sony의 betamax 방식의 VCR를 대표적인 예로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VCR라는 기계의 기술의 우수성을 가린다고 해봤자 그 기술의 우위를 따지는데 있어서 기준은 더 좋은 화질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특별히 다른 기준이 없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활 가전 및 IT 기기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처음 맥이 나왔던 30년 전에 비하면 상황은 더욱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Apple은 오늘 우리에게 2012년이 더이상 2012년 같지 않을 것(1984년 Apple이 Macintosh를 처음 출시하고 광고할때 쓰던 카피 패러디입니다)이라는 인상을 다시금 심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아주 새로운 기술은 없었습니다. 기존의 기술을 응용해서 조금 더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었을 뿐이죠. 애플은 늘 그런 식으로 새 제품과 서비스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에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때 Apple은 대다수의 경우에 그들이 또 혁신을 불러 일으켰다는 대중의 환호와 함께 성공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이끌어 갑니다. 완전히 새롭고 생소한 기술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적어도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혁신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런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잘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현재 Apple의 웹사이트 첫 화면에 또는 Next Generation Mac Book Pro 홍보 동영상을 보면 Apple의 Senior Vice President of Design, Jonathan Ive는 이렇게 말합니다.
To create something genuinely new, you have to start again. And I think with great intent, you disconnect from the past.
그리고 Senior Vice President of Hardware Engineering, Bob Mansfield는 이렇게 말합니다.
If you never change anything then what you can engineer is kind of incremental. But when you're willing to change things, then you kind of open up a whole new kind of design.
결국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방법을 택하는 수 밖에 없었을것 같습니다. 고객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자기들의 방식대로 어떻게든 가능하게 하는 것이 Apple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들의 기술을 공개하지 않으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짜내고 짜내서 사람들이 감동받을 수 밖에 없는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문화가 부럽습니다.
요즘의 생활가전은 I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그 기능이 다양해 졌고, 그 활용 방법도 다양해 졌습니다. 따라서 이런 제품들에 있어서 약40년 전의 페러다임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뛰어난 화질만이 관건이었던 VCR 제품과는 달리 요즘에 나오는 생활 가전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풍부하게 바꿔주기 때문에 기능에 충실하고 사용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들만 만든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적인 요소에 있는데, Apple이 그것을 제일 잘 합니다.
Apple 처럼 제품 하나가 아닌 제품군을 만들어 각 제품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란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하고 개발하는 기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기반이 되는 기술에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요즘에는 하드웨어 제조 기술 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성공을 좌우 한다고 봅니다. 감동을 주는 기능의 다양성을 위해서 말이죠.
물론 Sony도 여러가지 혁신적인 기술들을 개발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던 면이 없지않아 있었고, Apple은 자사의 사업으로 인해 혜택을 줄 수 있는 제3자들(앱 개발자들)을 찾아서 사업의 선순환 과정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반면에 Sony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Sony도 소프트웨어 기술 보다는 하드웨어 기술에 치중하다 보니(제 개인 적인 생각이고 그렇다고 해서 소니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고도 생각합니다) 제조업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기 시작하여 하향길로 더 빨리 접어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삼성이 요새 갤럭시S III 출시를 앞두고 홍보에 여념이 없는듯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출시 시기가 명확하지 않아 소식을 자주 접하지는 못하지만 외국 사이트에서는 한동안 갤럭시S III로 떠들썩 했습니다. 하지만 Apple은 오늘 Keynote에서 차세대 iPhone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iOS 6 하나로만 가지고도 갤럭시S III를 볼품없어 보이게 만들어버린듯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삼성이 어떤 준비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Apple과 비교해 보면 안타깝습니다. 제가 볼때 삼성은 Apple 보다 더 다양한 제품들을 팔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로 무궁무진한 일들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IT관련 업계 대기업 총수들은 모두들 입을 모아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말은 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어떤 일을 해야지 성공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에 대한 투자도 소극적으로 보이고 태도도 근시안적입니다.
따라서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돌아가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의 일거리를 받아서 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에서도 역시 소프트웨어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 대기업의 일거리를 받아서 하는 형태로 회사가 운영되다 보니 어떤 일을 비전을 가지고 추진해 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능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WWDC 2012 Keynote를 보면서 이번에도 감동과 멘붕(멘탈 붕괴)의 감정이 교차하는 미묘한 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력들을 통해 우리도 충분히 Apple에서 만드는 기술들과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기업은 아직까지 없어 보이네요... 그런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회사가 있다면 제발 좀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이번 keynote를 통해서 Apple은 Steve Jobs 없이도 건재 함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The New iPad 발표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다. Steve Jobs가 참 회사를 잘 가꿔놨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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