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T 기업은 배짱이 있는가?
SK 컴즈에서 새로운 SNS를 시작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DayBe(데이비)라는 이름으로 런칭 된 이 서비스는 자신의 최측근 50명만 친구로 추가해 원하지 않는 사람과 자신의 사생활을 공유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 서비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기사를 접하고 정말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SK 컴즈에 대해서는 싸이월드와 Nate를 서비스하고 있고 제 친구가 다니고 있는 회사라는 사실 말고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 IT 기업 중에서 그래도 한가닥 하고 있는 대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업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가 고작 50명의 친구를 제한하는 카카오 스토리와 같은 개념의 서비스라는 것이 참 실망 스러웠습니다.
기사에 나온 설명 이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큰 특징은 없어 보이며 이런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는 패기있는 젊은이들이 이보다는 약간 더 참신한 기능을 더해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할만한 아이템 정도로 밖에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사람들이 느끼는 사생활 문제에 있어서 SNS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사생활이 무분별하게 노출된다기 보다는 SNS에 올리는 글의 내용이 경우에 따라서 타겟을 다르게 하고 싶어한다는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그러니까 직장 상사에 대한 험담을 SNS에 쓰고 싶지만 직장 상사가 사용하는 SNS의 친구일 경우). 제가 파악하기로는 애초에 사생활 노출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아예 어떤 형태의 SNS든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나와 가장 소중한 한 사람과 일상을 나누는 Couple이라는 서비스가 더 참신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벤처 회사로 이런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한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겠지만 이미 피비린내 나는 SNS 시장에 별 특색 없는 서비스로 뛰어든 SK 컴즈의 의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회사는 아니지만 이미 외국의 서비스 중에서는 이런 유형의 서비스가 존재하고(위에서 언급한 Couple 그리고 친구 200명까지만만 가능한 Path) 그 시장을 선점 했기 때문에 이 시장에 진출하는 SK 컴즈의 의도는 우리나라의 얼마 안되는 시장을 조금 차지해 보겠다는 의도로 밖에 안보입니다. 그나마 인력과 자본이 뒷받침 되는 회사(물론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대기업이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SK 그룹사라서 그런지 가능할 것 같군요)에서 이정도 밖에 안되는 서비스를 기획해서 정말 얼마 안되는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발상을 가지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예상과 다르게 크게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SNS라는 단어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 부터 서비스 하고 있었던 SNS 성격의 서비스인 싸이월드가 버젓이 서비스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서비스가 새로 런칭 되는 것은 제가 간섭할 바는 아니지만 뭔가 선택과 집중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SK 컴즈에서 새로 런칭하는 서비스에 대한 제 판단은 여기서 그만 하기로 하고, 그냥 제가 내린 판단 자체를 봤을때 저는 우리나라 IT 기업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배짱이 있냐고?
(Do you have the guts?)
어느정도 검증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안정적인 전략이 될 수 있지만 피비린내 나는 red ocean에 뛰어드는 것 또한 위험한 전략이라고 보는데 red ocean에 뛰어들 수 있는가에 대한 배짱 말고, 뭔가 참신한 소재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런칭하는 것을 시도할 만한 배짱 말입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자에 대한 배짱은 아주 두둑합니다. 검증되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일까요?
제가 원하는 지취적이고 모험적인 회사가 없다는 생각이 제가 7년간의 회사 생활을 접고 스타트업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도 위와 같은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기업의 성향이 가장 큰 이유 입니다. 예전에 제가 트위터에 우리나라 회사들은 건설적이지 않은 risk를 가져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썼는데, 위의 상황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새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부정선거 관련해서 시국선언을 여기저기서 하는데 저는 IT 업계를 위해서 시국 선언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이 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포털회사에서 시작한 서비스들 역시 외국 회사들의 서비스를 그대로 베껴서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변경한 것이 대부분 입니다. 물론 이런 일들도 우리나라 IT업계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세계로 뻗어나가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아니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긍정적으로 보면서 낙관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를 포함해서 제 주변에 진취적인 생각과 열정으로 스타트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나라와 시장이 이런 스타트업들을 잘 배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제 생각을 나누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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