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애완견) 도리의 투병 이야기
우리집 애완견 이름은 도리 입니다. 종은 시추이고 1998년 6월초생으로 지금 만 14살 입니다. 이 사진은 한달 전에 제가 대전에 있는 집에 내려갔을때 도리를 산책 시키며 찍은 사진입니다. 도리는 한달 전 까지만 해도 저렇게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저번주 수요일에 갑작스럽게 어머니께서 카카오톡으로 아래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갑자기 숨을 짧고 가쁘게 쉬어서 동물 병원에 급하게 데리고 갔더니 폐에 물이 찼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설명과 함께 받은 아마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 사진... 깜짝 놀라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께서도 충격을 받으셨는지 울먹이시면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그때 비로소 상황이 실감났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충격이 컸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애완동물은 거의 가족과 다름 없습니다. 특히 개는 더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특히 형제가 없는 저에게 도리는 아주 특별한 존재 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침울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저를 본 부모님께서는 강아지를 사주시기로 했습니다. 동물가게에 가서 어떤 강아지를 살까 고민고민을 하다가 귀엽게 생긴 털복숭이 강아지 한마리가 어떤 치와와한테 뒷다리를 물린채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는 불쌍한 털복숭이 강아지를 구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강아지를 구입할때 3만원 정도는 깎을 수 있다는 지인의 정보를 들은 어머니께서는 3만원을 깎으려고 시도를 하셨지만 제가 눈치 없게 3만원 정도는 제가 모아놓은 용돈으로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동물가게에서 부른 가격에 강아지를 사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도리도리질을 연거푸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름을 도리라고 지어 줬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있는 저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안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말성을 부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울상이었고 짜증만 냈었다고 부모님은 제게 말씀해 주십니다. 그런데 도리를 집에 데리고 온 후에는 집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어머니와 아버지도 도리를 통해서 새로운 삶의 즐거움이 생겼고 집은 더 화목해졌습니다. 가족의 분위기는 다른 분들께서도 달라졌다고 느낄 만큼 많이 바뀌면서 많은 분들이 도리를 복도리라고 불러주시기도 했습니다.
도리는 재롱을 피워 저와 가족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줬고, 저는 도리를 통해 어떤 생명체를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준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사랑을 해줄 수 있는 대상이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위안이 되었고 제 사랑을 받으며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도리의 모습을 보면서 또 하나의 살아갈 이유가 생기게 되었고 그런 감정들을 통해 제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리를 보면서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 것이 하나의 낙이었던것 같습니다. 온기가 있고 심장이 뛰는 하나의 생명체가 나를 믿고 의지한다는 느낌 자체가 정말 신비롭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도리와 단 둘이 있을때는 제 고민도 얘기하기도 하고 제가 집에 들어갈 때마다 반겨주는 도리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도리를 통해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도리는 가족이 되었고 형제가 없는 제게는 좀 많이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도리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도리를 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크게 낙담했지만, 그보다 더 마음 아팠던 것은 어머니께서 보내준 사진의 도리 모습이었습니다. 저 슬픔에 가득 찬 얼굴. 저 얼굴 표정은 고통받는 표정이라기 보다는 갑자기 자기 자신을 왜 좁은 우리 같은 곳에 가둬 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폐에 물이 차서 숨이 짧고 가쁘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산소방에 가둬 놓은 것이지만 개가 그것을 알리가 없죠. 저 표정은 우리 가족이 도리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갈때, 어디론가 장기 여행을 갈대 동물 병원에 맡기고 갈때 보던 그런 표정에 더 가까웠습니다. 건강하다면 모를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동물 병원에서 저렇게 마지막을 혼자 상심한채 생을 마감하게 될까봐 마음이 제일 아팠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도리는 잘 버텼습니다...
입원 3일재 되는 날에 어머니께서 병원에 면회를 갔을때 도리의 모습입니다.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지만 어머니를 본 도리는 흥분을 하고 반갑게 어머니를 맞이해서 숨이 더욱 가빠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면회는 잠시였고 도리는 계속 병원에 홀로 남겨졌죠.
입원한 후로 하루에 꼭 한번씩 부모님께서 번갈아 가면서 동물 병원에 가서 면회를 했지만 입원 4일째는 친할머니 생신이 끼는 바람에 부모님께서 서울에 올라오셔서 아무도 면회를 못가습니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저는 부모님과 함께 대전에 가서 도리 입원 5일째 되는 날 부모님과 외할머니와 면회를 갔습니다.
하루 동안 가족을 아무도 못봐서 그런지 외면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삶을 포기한듯 자포자기한 상태로 보였습니다. 제가 갔는데도 아는척도 잘 못하고 기력이 없어 보여 위의 사진 정도로 밖에 몸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도리가 이번 주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잘 버텨 주고 있습니다.
입원 6일째 되는 날. 어머니께서 아침에 면회를 다녀오시고 보내주신 도리 사진입니다.
다시 기력을 조금 되찾은 것 처럼 보인다고 어머니께서 문자를 보내주셔서 다시 안심을 조금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족들을 다시 본 후로 버림 받지는 않았다는 확신이 다시 들기 시작했나봅니다. 기력도 어느정도 다시 찾고 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이유를 진단하기 위해 정밀 검사를 더 진행했다고 합니다. 검사를 하면서 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오후에 아버지께서 면회를 가셨을때는 또 기력이 많이 없어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정밀 검사를 통해서 도리는 우심방이 많이 부어있고, 위에 종양도 있고, 기타 여러가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리가 가족들을 보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어머니 아버지께 자주 면회 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병원에서 이틀 뒤에 퇴원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이제 병원에서 할게 없으니 집에 죽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소리로 들려 또 한번 마음이 아팠습니다.
입원 7일째 되는 오늘...
여전히 기력은 없어 보이지만 다행히도 도리는 어머니께서 썰어서 가져간 수박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물론 그리고는 바로 떠 저렇게 힘없이 쓰러졌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로 퇴원 시켜도 될까 의심되어 어머니께서 병원에 물어봤더니 아무래도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낫겠다고 병원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1주일이 흘러갑니다. 이렇게 오래 버텨준 것도 대견하고 이제는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으면 더 버텨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밤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아래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 더 입원해 있는 편이 낫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 사진은 도리가 우리집 부엌이랑 거실의 경계 부분 바닥에 드러누운 모습입니다. 설마 설마하며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는데 어머니께서도 전화를 받자마자 쉽게 말을 잇지 못하시길래 마음의 준비를 조금 했습니다만 다행히도 아직은 숨은 붙어있다고 합니다. 집에 데리고 오는 동안 너무 흥분해서 숨이 매우 가빠졌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을 다시 되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실은 집에 오자마자 우리집 서재에 도리가 즐겨 눕는 장소에다가 눕혀놓고 물도 그 근처에서 마실 수 있게 해주고 소변도 그 근처에서 해결할 수 있게 소변패드도 갖다놔줬는데 부모님이랑 할머니께서 저녁 식사를 하실때 도리가 힘겹게 걸어나와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때면 매번 우리가 밥 다 먹고 남은 음식을 줄때까지 누워서 기다리던 곳에 나와 누워있는 것이라는 슬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렇게 힘들고 지쳐있는데 저러고 싶을 정도로 가족이 그리웠나보다 하는 생각이 아직도 눈물이 핑 돕니다... 어쩌면 도리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생이 거의 다 되었음을 직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도리는 어릴때 부터 사람 옆에 다가가서 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약 1년 전부터 제가 집에 갈때면 항상 제가 밤에 자고 있으면 옆에 와서 같이 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나 저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6년 하는 바람에 도리를 많이 보지 못했고, 귀국 해서도 대전에서 직장을 갖았던 적도 없었기 때문에 기껏해봤자 한달에 한번정도 밖에 도리를 보지 못했으니까요.
숨이 많이 짧아지고 가빠졌는데 병원에서 사용하던 산소 공급기 없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이번주말이 고비가 될것 같은데 혹시라도 도리가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마지막이라도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저는 회사에 목,금 휴가를 내고 집에 내려가서 도리를 간호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도리의 상태를 계속 업데이트 했는데 수의사들도 포기한 경우에도 집에서 사랑의 보살핌으로 완쾌된 애완동물의 사례도 많다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주신 분들이 있어서 도리가 오히려 병원보다 집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더 빨리 회복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어머니께 도리의 폐에서 물이 조금이라도 잘 빠질 수 있도록 도리 곁에 물먹는 하마를 놔달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건조한 공기로 숨을 쉬면 폐에 물이 조금이라도 잘 빠질까 싶어서요...
어머니께 부탁드렸더니 저렇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보니 옆구리는 초음파 검사를 했는지 털이 밀려있네요...
또 숨이 짧아 호흡이 곤란한 도리를 위해 산소도 구매해서 대전집으로 배송을 주문을 한 상태입니다.
이거 3 묶음... 그러니까 15캔... 그거 다 쓰기 전에 다른건 몰라도 폐에서 물은 다 빠졌으면 좋겠네요...
지금 비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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