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 부모님과 도리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방법에 대한 의견 마찰이 있은 후 어머니께서 하루 더 자고 도리 한번 더 보고 가라고 하시는것을 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냥 분당으로 오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도리와 마지막 순간을 한번이라도 더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갑자기 집을 나선것이 후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분당 가던 길에 죽암 휴게소에서 어머니께 다시 집에 돌아가겠다고 연락드렸습니다. 하지만 혼자 시간을 보내고 늦게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무작정 어디론가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처음 생각난 것이 천안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였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산소에 찾아갔습니다. 할아버지는 6년 전에 제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지 일주일여만에 돌아가셨는데, 딱 이맘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더 생각 났는지 모르겠고, 사실 그때는 도리의 죽음을 앞둔 상황만큼 슬프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죄책감도 작용 했을지도 모르고요, All Dogs Go to Heaven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의 제목대로 모든 개들이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도리가 유일하게 알아볼만한 사람은 할아버지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할아버지 산소에 갔습니다. 할아버지 산소에서 부모님과 있었던 의견 마찰에 대한 아쉬움을 블로그로 정리하고 할아버지 산소 앞에서 기도했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동물들은 영혼이 없어서 구원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혹시라도 영화 제목처럼 도리가 죽어서 천국에 가면 할아버지와 재회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는 막상 할일이 없어서 정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그냥 여기저기 운전하고 다녔습니다.  넓고 확 트인 공간에 가고 싶어서 대청호를 찾아가서 그 주변을 운전하고 돌아다니면서 다른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그냥 시간도 보내고 집에서 장기간 무슨 상수도 배관 교체 공사를 한다고 해서 샤워하기가 불편해서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씻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찜질방에서 싸우나에 들어갔었는데, 뜨거운 공기에 숨이 확 막히는 것을 경험하고 갑자기 도리 생각이 났는데, 호흡이 곤란한 도리가 어쩌면 병원에서 호흡을 조금이나마 쉽게 하다가 마지막을 맞이 하는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그랬는지 집에 들어오니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습니다. 잠은 금방 들었는데 어제따라 잠을 편히 잘 수 없었습니다. 덥지도 않았는데 그냥 덥게 느껴졌고 뭔가 답답한 마음에 거실 마루바닥에 가서 잤습니다. 평소 같으면 도리가 옆에 와서 누워서 같이 잤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잤습니다. 그런데 아침 6시경에 어머니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안방에 있던 전화벨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잘 들리더군요.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잠결에 들은거라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10초도 안지나서 어머니께서 울면서 방에서 나오셔서 도리가 생을 마감했음을 알려줬습니다. 순간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도리가 죽은것도 죽은것이지만 병원에서 쓸쓸하게 밤을 보내고 자다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결국 어제 도리를 다시 입원시키면서 보낸 시간이 서로 마주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습니다. 




할머니는 미처 깨우지 못하고 부모님이랑 셋이서 병원에 갔습니다. 거기서 본 도리의 시체... 아직 온기가 남아있고 말랑말랑한 것이 마치 살아있는것 같았습니다.



요놈은 어떻게 된 것이 죽는 순간까지 아인슈타인의 익살스러운 모습과 유사한 표정으로 애교를 부렸는지 제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도리는 병원에서 아래 사진처럼 파란 천으로 감싸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도리를 위드엔젤이라는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업체로 데리고 갔습니다. 장례식장 까지는 도리를 애지중지 키우신 어머니께서 데리고 갔습니다.



사람이랑 거의 똑같이 장례를 치뤄주더군요.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가 건강하게 살아있었다면 이런 모습들을 보고 웃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나중에 한참 후에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늘 저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사람 떠나보내주듯이 고이 떠나보내줄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혹시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은 나중에 반려동물을 떠나보내실때를 대비해서 제가 팁을 몇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항상 휴대폰에 영정 사진으로 사용할만한 사진을 들고 다니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순간을 준비하면서 생각해 놓은 사진이 있었는데 막상 처음이라 어떻게 준비해서 어떤식으로 사용하게 될지 잘 몰라 미처 준비를 못했네요. 그래서 아쉬운대로 어머니께서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고 계신 도리의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화장할때 같이 태울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도 쓰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뭘 쓸까 망설였는데, 쓰기 시작하니까 쓸 내용이 많아지더라고요. 정신 없어서 무슨 말을 쓸지 생각이 안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상황도 미리 대비해 두세요...






저는 개인적인 말 몇마디 쓰고 그동안 해주고 싶었는데, 도리가 귀가 먹어서 못해준 말들을 썼습니다. 정말 훌륭한 개였고, 우리 가족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개였다고. 더이상 바랄게 없었다고... 그리고 마지막에 Your Borther하고 서명을 하는데 눈물이 핑 돌더랍니다...





또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알려드립니다만, 화장하는데는 체구 5Kg 기준으로 15만원에 기타 화장터로 가는 운송비용 같은거 해서 18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기타 수의도 입혀줄 수 있고, 관도 짜줄 수 있습니다. 개는 원래 옷을 안입으니까 수의는 안하는게 맞다고 가족 모두가 동이 했고, 어디다 묻어주는것도 아니고 해서 관도 따로 짜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대신이 납골함은 조금 좋은것으로 15만원짜리로 했습니다. 도리의 유골을 간직했다가 부모님의 오랜 소원인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그때 마당에 과실묘목 심어서 거기다가 유골을 뿌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려면 유골이 오랫동안 보관되어야 한다고 해서 유골 보관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향토자기로 했습니다.


이런 서비스 말고도 반려동물의 유골을 돌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지문처럼 반려동물 하나하나 모두 독특한 색이 나온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도리의 유골을 집약된 형태로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것 같아 좋아보였지만 아무래도 그냥 자연으로 돌려보내주는 편이 가족 모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장을 치루는 내용과 방법에 대한 설명을 받고 계약을 한 다음에 염을 하기 전에 가족에게 염을 시작하면 이제 못만지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인사하라고 안내를 받습니다. 아직 체온도 식지 않아서 여전히 그냥 평온히 자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진짜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꼭 끌어안고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게 쉽게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저렇게 가족들이 반려동물을 보낼 마음의 준비가 다 되면 염이 시작됩니다.




염이 다 끝나면 향을 피워주고 가족들에게 시간을 줍니다. 종교에 따라서 방법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줍니다. 우리 가족은 향을 피우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도리를 통해 우리 가족을 축복하여 주시고 이 슬픈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게 해달라고...


그 다음에 입관을 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관은 따로 주문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냥 종이 상자에 도리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화장터까지 가는 시간도 있고 해서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고 배에다가 얼음팩을 하나 놓습니다. 이미 죽었는데 왜 그렇게 안쓰러워 보이던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도리의 장례는 치뤄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사람 옆에 붙어 자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 최근들어 잘때마다 옆에 와서 자길래 뭔가 얘가 마지막을 준비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도리도 이제 죽을때가 다가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가족같은 반려견이지만 그냥 개니까 이렇게 까지 슬플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실 저는 요새 개인적으로 도리의 죽음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밤마다 제발 아직은 아니길 바란다고 기도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도리는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상태가 안좋아서 곧 생을 마감할 줄은 알았지만 제가 예상했던것 보다 2~3일은 더 빨리 하늘나라로 가버렸네요.


그래도 다행인건 휴가를 내고 도리와 마지막 순간을 어느정도 함께 보낼 수 있었고 저런 상태로 계속 살아있었다면 저는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도리의 소식을 멀리서 들어야 했을지도 모르는데 집에 내려가 있을때 생을 마감해서 장례까지도 같이 치뤄 줄 수 있었네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도리의 죽음이 슬프기도 하지만 끝까지 미안하고 가슴아픈것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주지 못했다는것. 병원에서 쓸쓸히 자다가 숨을 거뒀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도리는 상태가 좋지는 않았어도 제 손짓에 반응했고, 귀를 긁어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즐겼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다시 입원시키고 어머니랑 병원을 떠나려고 할때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나와 어머니를 바라보던 그 눈... 마치 어디 가냐는듯, 가지 말라는 듯한 눈빛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도리를 우리는 병원에 혼자 두고 생을 마감하게 했습니다. 말이라도 통하면 모를까, 또 버려졌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지, 설령 우리의 의도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짜 도리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는 물론 도리가 마지막 순간에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끼게 해줘서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기를 바라셔서 그런 결정을 내린것은 알겠지만, 저는 병원에서 도리가 고통을 덜 느꼈다면 얼마나 덜 느꼈을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고 혼자 병원에 가족들이랑 떨어져서 쓸쓸한 밤을 보내고 새벽에 자기도 모르게 세상을 떴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병원에서 신경 많이 써주시기도 했지만, 결국 이제 더이상 할 수 있는게 없어서 퇴원해서 집에서 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퇴원 했는데, 너무 힘들어 하는것 같아서 수액이라도 맞혀줄까 해서 어머니랑 같이 도리를 데리고 병원에 가니 갑자기 도리가 느끼는 고통을 언급하며 수의사 입장에서는 이대로 돌려보내기 어렵다고 하면서 안락사까지 거론했던 것은 솔직히 이해가 안됩니다... 사실은 그냥 도리의 죽음 자체 보다는 도리가 병원에서 쓸쓸하게 죽게 된 상황 때문에 저는 더 힘이 듭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잔인하고 제 생각만 한다고 하시는데, 사실 수의사들의 처음에 도리를 퇴원 시킬때의 결정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재 입원은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쨌거나 도리는 비교적 큰 병 없이 14년 동안 잘 살다가 생을 마감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제가 지금 힘들어하는것은 아쉽지만 이미 벌어진 일 그러려니 해야겠지요...


그동안 트위터로 도리의 투병과정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위로해 주셨습니다. 물론 블로그에서도 위로를 받았고요...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신 지인들, 그리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일지도 모르는 트위터 친구들, 블로그 독자들의 예상치 못한 위로들... 그리고 아무 근거 없는 낙관적인 위로를 싫어하는 제 성격을 알고 아무말 없이 가만히 지켜봐준 친구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