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런던통신 1931-1935 (Mortals and Others)
친구가 1930년대에 쓰여진 이야기들이 요즘 세상에 그대로 들어맞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이 책을 추천해서 읽었습니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 1931년에서 1935년 까지 신문들에 기고했던 에세이를 모아 놓은 책 런던통신 1931-1935 입니다. 원제는 Mortals and Others 입니다.
저는 버트런드 러셀이 누군지 몰랐는데, 철학자, 수학자, 수리논리학자, 역사가, 사회 비평가 등 다양한 직업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던 20세기의 석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번 주말에 집에 방문했을 때 수학에 조예가 깊으신 아버지를 한번 테스트 해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가방끈이 저보다 긴 아버지께서는 버트런드 러셀을 아시더군요... 바로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버지 존경해요~
비록 20세기가 지난 세기라 하더라도 한 세기의 석학이라고 하니 내용이 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에 상당히 철학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좀 걱정했지만 내용이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닙니다. 대중을 위해 신문에 기고된 에세이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평이한 어체이고 에세이 한편당 2~3쪽이라 읽는데도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도 오락적인 내용들은 아닙니다. 위의 사진을 클릭해서 확대해서 보시면 더 잘 보이시겠지만, 책 상단에 제목 밑에
"젊은 지성을 개우는 짧은 지혜의 편지들"
이라는 부제가 있습니다. 정말 우리의 지성을 깨우는 그런 지혜의 편지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 책이 진짜로 읽어볼만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버트런드 러셀은 에세이들에서 당시 인간들이 사회에서 겪고 있는 교육, 육아, 정치, 경제, 윤리 등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의 말대로 신기하게도 요즘에 쓰여진 글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인간 사회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잘 파악하고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골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해결책들은 대부분 너무나 이상적인 해결책이라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무심코 당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던 사회적 현상들, 문화적 습성들이 형성된 원인과 과정을 설명해 줌으로써 우리 인간 사회가 문제를 겪게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나름 설득력있게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고 너무 멋도 모르고 생각 없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협했던 제 생각의 틀을 조금이나마 넓혀주기도 한 책이며,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글을 볼때면, '역시 내 생각이 옳은것 같아'라는 확신이 들면서 생각이 좀 더 편협해지기도 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파악하는 그 학자다움, 글에서 묻어다는 겸손함, 그리고 그 수많은 에세이들 간의 논리적 일관성(서로 상충하는 내용이 없고 오히려 한 에세이가 다른 에세이를 뒷받침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습니다)에 저는 버트런드 러셀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책 공백에 메모해 두고 표시를 해두는 버릇이 있다고 해서 저도 이번에 시도해 봤습니다.
접어둔 곳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대목이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한 부분들 입니다. 저정도로 저는 아주 인상깊게 읽은 책 입니다. 혹시 우리의 사회 문제나 인간 본연의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 자신이 지성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지성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80년 전의 문제가 지금의 문제들이랑 비슷할 줄이야... 그런데 그 문제들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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