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은지는 한 1주일이 지난 것 같은데 이제서야 감상문을 올리게 되었네요. 저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공중그네의 작가로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 소설입니다. 장편 소설이라고 책 표지에 써있지만 어떤 신경정신과 의사와 5명의 환자 이야기로 각 환자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로 현대 사회에서 모두들 겪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들이 다소 심각하게 나타나는 5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5편의 이야기에 모두 공통으로 나오지만 각 이야기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의사인 의라부 선생은 몇개의 단어로 표현 하자면, 순수, 엉뚱함, 오타쿠, 마마보이, 등 사실 의사다운 면은 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5편의 이야기에 환자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이라부 선생을 만나면서 치료를 받는지 의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의심들 가운데서도 이라부 선생에게 매력 또는 어떤 마력을 느끼고 계속 치료를 받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시점에 병세가 호전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설이라 허구의 이야기이기도 House와 같은 전문 의학 지식을 다루는 드라마식의 내용도 아니고 해서 정말 의사가 환자들을 대한 엉뚱함이 그들을 치료 한 것인지 그냥 시간이 지나 치료가 된 것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겠습니다. 더군다나 소설을 읽가보면 이라부 선생의 행동들이 진짜 치료의 목적에 따른 행동들인지 아닌지 좀처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라부 선생이 그들의 치료에 영향을 미쳤다면 환자들을 같은 눈높이로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동시에 자기 자신이 그들의 거울이 되어 주어 그들의 상태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에 등장하는 5명의 환자들에게서 제 자신의 모습도 어느정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저도 그들이 겪는 심리적 정신적 장애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삶의 방향을 잃고 의욕을 잃었다던가, 화를 분출하지 못해서 화평이 났다거나, 가끔 나르시시즘에 빠진다던가,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의존한다던가, 걱정을 많이 한다거나 하는 그런것 말입니다. 그래서 제게도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하는 위안을 받기도 했고 모두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어느정도 다 그런 문제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요즘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다시금 해봤습니다.


각 환자들이 겪는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어느정도 있다고 해도 정도가 심한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되면 이해가 되지 않아 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는 제 자신을 보고 반성도 했습니다. 모두들 각자 그렇게 된 배경과 환경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저 또한 그런 면도 어느정도 갖고 있어서 남들이 저를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단지 저와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색안경으로 끼고 바라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 쉽게 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고 하고 그들의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지면 그들의 문제도 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책을 통해서 좋았던 것은 각 환자들에게 이라부 선생이 해주는 그런 조언들이나 환자들의 치료과정에서 겪는 생각의 변화들이 제가 겪고 있는 정신적 심리적 문제들에 대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은 내용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상에는 걱정을 끼치는 인간과 걱정을 하는 인간이 있다. 후자가 전자 몫까지 걱정하는 덕분에 세상은 평화롭게 흘러가는 것이다. 얼마나 불공평한가. 걱정은 고루 나눠야 하지 않을까?

평소에 걱정이 많은 저로써는 이 대목을 읽고 걱정을 많이 해도 나로 인해서 세상은 좀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니 그것 자체로 어느정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고, 그것이 억울하다 싶으면 걱정은 나눠 가져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인이 극히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좀처럼 걱정을 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이라면 후자의 말은 소용 없겠지만 걱정을 많이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 세상은 평화로울 수 있다는 말이 그냥 기분을 좋게 해주더군요.


어차피 우리 모두 어느정도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겪는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사니까 다른 분들도 이 책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 정신적 위안이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적어도 책에 나온 환자들을 통해서 독자의 정신적 문제가 어느정도 잠시라도 해결되는 듯한 대리만족 정도도 느껴보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