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방금 막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집에 오는 길에 겪었던 황당하고도 분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사 동료와 퇴근하면서 지하철역에서 나온 후에 각자의 집으로 향하면서 저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뒤쪽에서 어떤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이 나쁜 새끼야!!!

순간 제가 혹시 실수로 어떤 여자분께 실례를 범했나 싶어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165cm 가량의 주황색 상의를 입고 남색 추리닝 바지를 입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20대 중반의 찌질하게 생긴 남자가 여자의 손가방과 같은 것을 들고 제 옆으로 뛰어 지나쳤습니다. 저는 여자분께 소매치기냐고 물어보고 눈치로 보아 그런것 같아 대답도 듣지않고 바로 뛰어 쫓아갔습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는 내가 저 사람을 잡을 수 있을까? 나 요새 운동 안해서 못잡을것 같은데... 아~ 이 저질체력!!! 이라고 한탄하는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어느새 저도 깜짝놀랄만한 스피드로 그 사람을 뒤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방에 있는 나이트클럽 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보이길래 

소매치기에요!!! 저 사람 좀 잡아주세요~

라고 힘껏 외치면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 입구 앞에 계시던 분들은 도망가던 남자를 잡을 생각도 안했습니다. 어쨌든 그분이 워낙 쑛다리이고 왜소한 체격이라 저와의 거리는 10m 정도까지 좁혀졌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따라가면 그 사람도 어느정도 지쳐서 잡을 수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도망가던 남자를 방관했던 나이트클럽 앞의 한 무리의 남자들이 저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야!!! 야!!!
뭐하는거야!!!

순간 저는 당황했고, 혹시 여자분의 손가방을 들고 튀는 놈이랑 일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혹시 조폭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설령 일당이 아니더라도 조폭들에게 잘못 찍히면 제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멈춰서서 잠시 누구에게 소리를 지르는것인지 확인을 했고, 그 틈을 타서 소매치기로 의심되던 남자는 달아났습니다... 

어쨌든, 좀 둔하고 멍청한 탓에 혼란스럽고 당황했던 저는 저에게 소리를 질렀던 남자들을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일제히  손짓으로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참 어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뒤에서 남자를 뛰 쫓던 또 한분의 중년 아저씨께서 계속 엉거주춤 뛰면서 남자를 추격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저도 어찌해야 하는지 저도 몰라 그냥 우물쭈물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매치기를 당한것으로 의심되는 여성분이 제 쪽으로 왔고, 뒤늦게 소매치기로 의심되는 남자를 뒤쫓던 중년 아저씨도 남자를 잡지 못하고 제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정황을 들어보니 여자분께서는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 아니고 치마를 입고 계셨는데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도망가던 남자가 핸드폰으로 여자분의 치마 밑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여자분께서 그 남자의 몰카행각을 알아차리고 뭐하는 것이냐면서 따지면서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갑자기 남자가 도망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나라 국민들, 이 정도 밖에 안됩니까???
몰래 카메라를 찍었던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어디를 가나 나쁜놈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로 따지면 그리 늦지도 않은 시간에, 사람들도 거리에 많았는데, 불의를 행하고 도망가는 사람 하나 못잡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치한을 추격하는 것을 방관했던것은 물론이고, 제가 잡아달라고 사람들에게 소리까지 지르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비판받아 마땅할 판에, 술에 취해서 괜히 치한을 추격하는 저에게 소리를 질러 저를 당황하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인간들의 심리 상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제가 오늘 겪은 일로 모든 국민을 방관자로 몰아가는것은 옳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산하지 않았던 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유유히 도망치던 치한을 생각해보고, 꼭 치한이 아니더라도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을 도와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는 요즘 세상을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반성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순간적으로 제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느라 잘못된 판단을 해서 치한을 잡지 못한것이 분합니다... 맘같아서는 나이트클럽 앞에 있었던 후레지아 꽃같은 인간들이랑 도망친 시베리아 십장생을 무릎꿇어놓고 밤새 뒤통수나 때려주고 싶습니다...


제 친구는 지하철 역에서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스께끼를 하고 자기 쪽으로 도망쳐오길래 돌려차기를 해서 쌍코피를 터뜨려줬다는데, 그정도 시민정신은 있어야 하는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가끔 그런 남자들이 알고보면 여자의 남자친구라 오히려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는 것인데(그 친구가 그랬답니다), 그런 개념을 콘푸로스트에 말아먹은 커플들도 좀 정신차려야겠습니다... 최소한 욕은 하지 말아야지...

어쨌든, 오늘 자전거 타고 운동하려고 했는데, 100m 전력질주해서 쉬기로 했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