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헤드헌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약 한달 전부터 잊혀질때쯤 다시 전화를 주시는 분이셨는데, 저에게 이직을 계속 권하셨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직을 알아보고 있을때 노출된 제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주셨기 때문에 새로 옮긴 회사에서 만족스럽게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새로 옮긴 회사가 너무 만족스럽고 많이 배우고 있고, 또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직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음을 처음으로 통화했을때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화를 거셔서 이직을 권유하고 계십니다...

흠... 예전에도 제가 헤드헌터에 대해서 블로그 포스트를 올린적이 있었나요? 헤드헌터는 구직자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골치 덩어리 입니다. 저는 이직을 알아보면서 수많은 헤드헌터들에게 연락을 받았고, 좋은 자리를 소개를 해주겠다는 제안을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얘기를 해보면 IT 업계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 동향이나 주선해주는 일자리에 대한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지 비밀이라고 밝히지 않으면서 무작정 인터뷰를 보라고 권합니다...

이직을 준비중일 때에는 어차피 이직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인터뷰도 많이 보러 다녔습니다만, 어느정도 인터뷰를 본 후로는 의미 없는 짓임을 깨달았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무조건 응하다 보니 간혹 제게 맞지 않거나 제가 원하지 않는 자리에 대한 인터뷰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대답을 하기 전에 최소한 어떤 회사의 어떤 자리인지 확실히 들은 후에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저에게 맞지 않는 자리는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정중히 거절을 했지만, 헤드헌터들 께서는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애원합니다. 이때부터는 골치가 아파집니다...

한번은 이직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중이라 회사를 옮기기 위해서는 그 당시에 다니던 회사에서 3개월 이상을 더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직을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헤드헌터께서 주선해 주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회사 업무가 바빠져서 평일 중간에 반차를 내고 회사를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아직 3개월 이후에나 이직이 가능하고 지금 당장은 인터뷰를 하기 곤란하니까 인터뷰를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헤드헌터께서 저에게 화를 버럭 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보겠다고 약속해놓고 안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시면서 말입니다...

헐... 어이가 없어서 그럼 퇴근 후에 인터뷰를 보러 갈 수 있게 주선해 달라고 했더니 퇴근시간 후에는 회사에서 인터뷰 일정을 잡지 않는다고 하길래, 회사 업무가 바빠서 근무시간에는 자리를 비우기가 힘드니까 그렇게라도 주선해주시 않으면 안하겠다고 해서 결국 제가 원하는 시간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인터뷰를 하러 가서 면접관께 늦은 시간까지 저를 기다려주시면서 인터뷰를 진행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더니 아주 일반적인 일이라면서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ㅡ.ㅡ;

헤드헌터들이 인터뷰를 주선해서 회사와 구직자가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으면 연봉의 일정 금액을 챙기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무작정 인터뷰 건수를 늘리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이게 뭡니까???

오늘 통화를 했던 헤드헌터께서는 대기업 인사과에서 저와 인터뷰를 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고 합니다... 요새 안드로이드 관련 인력을 많이 뽑고 있고,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안드로이드 관련 사업에서 두각을 조금 나타내고 있다보니 그냥 우리 회사 사람들좀 소개해달라고 한건지, 아니면 헤드헌터께서 직접 제 이력서를 들고 다니면서 저를 판 것일까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대기업 이름을 대면서 인사과에서 직접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하더군요...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헤드헌터들이 인터뷰를 주선해주는 것으로 수익을 챙기기 때문에 회사에서 직접 구직자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극히 꺼리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자~ 이제 여기서 우리나라의 recruiting 문화에 대해서 곱씹어 보겠습니다...

헤드헌터가 회사와 구직자 사이에 껴있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헤드헌터가 회사에게 인력을 추천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구경꾼들은 약 구입에 대한 의사는 있지만 특별한 약에 대한 구매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약장수는 자꾸 이약 저약을 구경꾼들에게 들이대는 격이죠... 사실 회사에서 원하는 인력을 골라서 뽑는 것이 아니라 헤드헌터가 추천해 주는 인력들 위주로 인력을 뽑는 이상한 구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헤드헌터들이 구직자와 회사의 직접적인 연락을 꺼리기 때문에 회사에게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넘겨줄리는 없을것 같습니다... 따라서 헤드헌터들이 우리에게 접근하듯이 회사에도 아마 어떤어떤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막연한 설명을 하고 인터뷰 해보는건 어떠냐는 식으로 접근할것 같습니다... 그러니 회사에서도 딱히 원하는 인력을 뽑기가 힘들겠죠...

그리고 회사에서는 부서별로 필요한 인력을 뽑는것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몇개의 부서 혹은 사업부에서 일괄적으로 인력을 뽑고 인력 배치를 합니다. 물론 신입사원을 뽑을때 이런식의 뚜렷한 목적이 없는 인력채용은 더 심하고, 경력직을 뽑을때는 좀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인력을 뽑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인력 채용 프로세스가 인사과에서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죠... 지금과 같은 경우 그냥 안드로이드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어떤 대기업에서 공고를 내고, 헤드헌터들은 그냥 안드로이드 관련 일을 하는 사람만 무작정 대기업에게 소개해 주는 것입니다... 채용공고가 구체적이지 않고, 그냥 안드로이드 관련일이라고 설명되어있기 때문에 헤드헌터들도 사실은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면서 주로 대기업을 소개해줄때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이다... 외국계 회사 소개해 줄때는 남들이 다 부러워 하는 pay가 쎈 외국계 회사다... 그냥 지명도 낮은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장래가 촉망받는 기술력 있는 회사다... 이런식으로 인터뷰 건수를 잡으려고 합니다...


흠... 물론 저도 대기업 다니고 싶습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다녀야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고 특히 자칭 초일류 기업 문턱에 있다는 그 회사에 다니면 소개팅이나 선을 볼때도 가산점이 붙으니까요... 

아~ 이 더러운 세상 !!!

하지만 저도 대기업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고, 그 경험들을 비추어봤을때 저는 대기업에서 원하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저도 그들의 조직문화에 거부감이 듭니다... 그러니까 결국 대기업이라는 존재는 저에게 social status만 높여줄 뿐, 오히려 삶의 만족도는 오링시켜주(한때는 우리나라의 최고의 그룹에 올인을 다짐하면서 사회생활을 했죠)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헤드헌터들의 눈에는 대기업으로의 이직을 포기하는 제가 바보로만 보이나 봅니다...

보통 헤드헌터들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지명도와 연봉만 따질거라고 생각하십니다... 이것은 좀 내용과 동떨어진 내용이지만, 뭐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기도 한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없고, 그져 사회적 지위와 높은 연봉만 따지면서 자신이 맡은 일을 열정을 가지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정치인들??? 아~ 안타까워요...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위기설들이 나오고 있고, 2000년대 접어든 이후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정체기가 온듯한 느낌도 받는데, 우리나라의 recruiting 문화가 그 이유중에 하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오늘 해봤습니다.

이미 앞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의 recruiting 문화의 중심에는 헤드헌터가 있고, 헤드헌터들의 등장 배경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력 채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일괄채용 방식은 어떤 특별한 일을 할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는 것 보다는 그냥 일을 시킬 사람을 뽑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 보입니다.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목적이 없기 때문에 헤드헌터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기업에게 소개해 줄 수 있죠...  이런식으로는 똑똑한 사람은 뽑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IT 업계에서의 훌륭한 개발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는 누가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기 보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개발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우리나라의 대기업의 문화랑은 맞지 않습니다... 대개 순수한 열정을 가진 개발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동기부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만 주로 열중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상 기업에서는 그런 사람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회장님들께서는 우수한 인력을 뽑으라고는 하시니까 우수한 인력은 많이 뽑습니다. 하지만 그 우수한 인력들은 대부분 우수한 인력일뿐 특별한 기술이 있는것은 아니고 그냥 좀 똑똑한 사람들이죠... 일괄적인 채용을 하게 되면 대부분 그런 부류에 속한 사람들만 뽑게 되고, 측정 분야에서 어떤 기술을 가지고 창의적인 일을 주도하고 계획하고 그 일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인력은 뽑지 않으니 우수한 인력들이 허구한날 거의 삽질에 머무르는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대기업은 외주에 의존하죠...

사실 대기업에서 저같은 인력을 원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이제 4년 가까이 한 초보 개발자이며, 그 중에 2년은 쌩뚱맞은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단순한 MFC 프로그래밍만 했고, 1년은 개발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은 회사에서 삽질만 하고 이제서야 겨우 일다운 일을 배우고 저만의 전문성 있는 분야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안드로이드 관련 일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안드로이드 일을 해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것도 아니고 이제 막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6개월하고 딱 보름을 일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제가 새 회사로 옮기면 그 회사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단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 그 선배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데, 어떤 대기업에서 저와 인터뷰를 하기를 간곡이 원하고 있다면 과연 그들이 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과역 그곳에는 저를 잘 이끌어주고 발전시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면접을 볼까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ㅎㅎㅎ

정말 궁금합니다... 저보다는 우리 회사의 원천 기술을 개발하신 선배들에게는 관심을 보여야 하는것이 더 맞다고 생각하는데 왜 안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관심을 보여도 그들이 대기업을 꺼려하는 이유는 그들이 알까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 축적이 더디고, 기술 승계가 다음 세대에 잘 이어지지 않고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거기다가 이런 애매모호한 대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이용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계신 헤드헌터들도 생겼지만, 그들이 우리의 기업들과 구직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인력시장이 많이 유연해졌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유익해진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이직을 통해 연봉 올릴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생기기도 해서 구직자들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우리가 이직을 통해서 더 많이 받게 되는 연봉을 통해서 그만큼 우리가 우리 기업들이 발전에 과연 기여하고 있을까요???

물론 돈은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지금 IT 업계 종사자의 연봉에는 거품이 많이 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하는 시간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연봉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들이 내는 아웃풋 대비 효율을 본다면 우리나라 IT 종사자들은 돈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 연봉을 더 깎을 생각은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IT업계 종사자들은 다 공감하시는 것이겠지만, 일의 효율이 자신의 힘으로만 향상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시 recruiting 문화로 돌아가서 일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는 많은데, 그 인력을 잘 활용할 수 없는 현재의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헤드헌터를 통해 느낀 점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결국 또 횡설수설해서 요점 없는 글이 되었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헤드헌터가 무조건 나쁘다기 보다는 recruiting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것... 그리고 살짝 말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헤드헌터들이 좀 자신의 입장과 위치를 생각하고 좀더 professional하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냐는것 입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