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마는군요... 그래도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고, 우리나 국대 축구팀 잘 싸워주셨습니다... 기분은 좀 착찹하지만, 위닝11으로 마스터리그를 60년 이상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번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서 평가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수비문제
확실히 선수들 기량은 2002년, 2006년 때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총 6골을 기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국대에 가장 실망스러웠던 모습은 바로 수비입니다. 골을 많이 넣었지만, 그 반면에 실점도 많이 했죠.  우리나라 국대가 고질적으로 가진 문제 두가지라면 불안한 수비와 골 결정력... 언제나 이 두 문제는 우리나라 대표팀을 따라다니죠... 골 결정력 문제는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를 비롯해, 해외파 선수들로 어느정도 논란은 잠재울 수 있겠지만 이번 월드컵에서의 수비는 정말 문제가 많았던것 같습니다. 밀집 수비를 통한 지역 방어의 실패 때문에 아르헨티나에 4점씩이나 내줬고, 나이지리아전과 오늘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도 너무 쉽게 점수를 내줬습니다. 아직 수비수들의 세대교체 덕에 경험 부족으로 그렇다고 치더라도, 영표형과 남일이 형의 연이은 실수는 참 가슴아팠습니다...

2. 노장 선수들의 부진
이미 언급했지만, 영표형과 남일이형, 그리고 차두리는 연이은 수비 실책이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상대편 공격수들이 수준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젊은 선수층을 이끌어야 할 노장 선수들이 팀을 잘 이끌어주는 모습도 있었지만, 순간적인 실수들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영표형은 실력보다는 젊은 선수들에 비해 순발력과 스피드가 많이 밀렸던 것이 아쉬웠는데, 영표형의 포지션에서의 세대교체가 실패 했던것 같습니다. 

3. 감독의 역량
허정무 감독의 전술은 무엇인가요??? 이해할 수 없거나 그정도는 저도 할 수 있을것 같다는 무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의 용병술 또한 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오범석이 나왔던것...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염기훈 대신 나온 김재성이 니와서 아무것도 못했던것, 그리고 경기 막판에 나온 이동국, 등등 납득하기 힘든 선발 선수 선출과 교체... 그리고 수비 전술의 부재... 
또한 선수들의 길어지는 볼 키핑 시간 때문에 발생했던 위기의 순간들... 볼키핑 시간이 길어져 속공으로 더 좋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플레이들, 공만 쳐다보며 계속 놓쳐버리는 수비... 공만 따라다니며 메시의 현란한 몸동작에 일제히 속고 공간을 내주는 수비수... 전술적으로 아쉬웠던 점들입니다. 2002년때 잘 지켜지던 기본적인 것들마져 잘 지켜지지 않는것을 보니 허정무 감독은 원터치패스나 전술적인 지역방어 수비에 대해서 그닥 생각이 별로 없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잘 나오지 않던 실수들이 이번에 4경기만 치루면서도 제 눈을 많이 거슬리게 한 실수들이 나왔다는 것은 감독이 전략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것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는 뜻인것 같습니다... 제 짧은 견해로 내린 판단이지만, 허정무 아저씨와 한번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당시 그의 생각들을 좀 물어보고 싶습니다. 

4. 자만심
그리스전을 2:0으로 이기고 나서 우리나라는 자만심에 빠져있었던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가대표팀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언론에서는 이 기세라면 아르헨티나도 이길 수 있다고 떠들어댔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리스전에서 우리나라가 아주 잘했다기 보다는 그리스가 워낙 못했습니다. 히딩크 전 감독의 말대로 우리나라가 좋은 경기를 펼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살짝 아르헨티나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했던것은 사실이기는 합니다. 아르헨티나가 남미 지역 예선에서 고전을 했고, 우리나라가 그리스와의 경기를 비교적 쉽기 이겼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를 보고서는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에 크게 패배하고 좀더 겸손한 마음 가짐으로 나이지리아전을 관전했고, 어렵게 16강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사실은 나이지리아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와 비기고 16강에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우루과이만 이기면 4강 직행이라고 떠들어댄 언론을 보고는 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요... 앞서 얘기했지만, 대표팀의 실제 분위기는 어땠는지 저는 알 수 없죠. 하지만 그렇게 떠들어대는 언론 앞에서 국민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요? 자신감과 자만심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국가대표팀에게 우리의 자만심으로 그들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충 저는 이번 월드컵 평가를 위와 같이 크게 4가지 관점에서 해봤습니다. 그리고 사실 허정무 감독이 경질 되기를 바랬습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차범근 감독은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져서 현지에서 경질 되었는데, 허정무 감독은 그래도 한번은 이기고 대패한 경기에서 한 골을 넣어서 그런지 경질은 안될것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군요... 절대 허정무 감독이 잘해서 이번에 16강 진출한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운도 많이 따라줬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도 그만큼 향상 되었으니까 가능했던 일인것 같습니다. 그 반면 차범근 감독은 지금의 선수층에 비해 열악한 선수층을 이끌고 우승 후보였던 네덜란드를 상대로 5:0으로 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를 회고해보면 차범근 감독은 대한 축구연맹과 갈등이 이었고, 그것이 더욱 경질에 크게 작용하지 않았었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사실 차범근 감독은 그당시 아시아 예선을 굉장히 훌륭한 성적으로 마무리 했고, 그것은 체계적인 선수 컨디션 관리라는 선진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5:0으로 질 수 밖에 없었던 경기 후에 월드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질 당한 것은 매우 부당한 대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비교적 대한축구 연맹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허정무가 경질되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저도 감정적으로 이번 월드컵을 평가하고 대안이 마련되기를 바라기 보다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허정무 감독은 자신의 역량을 더욱 향상시키고 조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국대가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과거를 들먹이면서 또 과거와 같은 일을 되풀이 하면 악순환만 계속 될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에 어느정도 만족은 하지만, 많은 해외파 선수들과 K 리그 간판 선수들을 이끌고 치루었던 경기 치고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약간 실망스러운 모습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2002년 히딩크 감독의 4강 신화의 추억에 젖어있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국가 대표 선수들 및 코칭 스태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그것만으로도 격려받고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월드컵을 교훈삼아 더욱 발전하는 우리나라 축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K 리그도 좀 관심갖고 경기장도 찾아가줘야겠습니다... 많은 분들도 저와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