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전화로 보험을 파는 회사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던 적이 있는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그런 회사들을 비판하고 무엇이 문제이고 왜 비판받아 마땅한지 말하고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 오후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텔레마케터였습니다... 보통 보험을 파는 텔레마케터는 보험과 상관 없는 그런 회사에서 고객에게 감사드리는 차원에서 좋은 상품을 소개해준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보험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러면 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하지만 오늘은 삼성카드에서 전화가 왔었고, 처음부터 보험이 아닌것 처럼 말을 하기에 끝까지 들어봤습니다.

삼성카드는 신용카드 회사이지만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다가 비과세 저축 서비스를 하게 되었다면서, 복리의 혜택을 주겠다는 그런 내용이었고, 저는 그동안 꾸준한 삼성카드 고객이었고, 앞으로 살날이 많이 남은 젊은이 이기 때문에 재테크를 위해 삼성카드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 안내해 주겠다며 상담원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상품 가입에 동의하고, 상품에 대한 서류를 보내주면 제가 그것을 검토해보고 지속적으로 그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말것인지 결정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것에 대한 녹취가 필요하고 한 이후부터는 아니나 다를까 보험이야기가 나왔고, 대부분의 보험 텔레마케터들이 판매하는 연금전환이 가능한 일반적인 보험상품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성카드 측에서는 제 말에 뭐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연금 전환 가능한 여느 저축 보험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2년 후부터는 50만원이 지급된다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아마도 알고보면 다른 상품에서 제공하는 중도 인출 서비스에 해당하는것 같았고, 결정적으로 만기후에는 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니 결국에는 보험이라고 해도 무방할듯 합니다...


제가 기분 나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테크나 금융용어에 취약한 저로써는 아무리 상세히 상품에 대한 말을 들어도 이해가 잘 가지 않을 판에 상담원은 전화로 혼자 이러쿵 저러쿵 이 상품에 대해 말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합니다. 그리고는 망설이는듯 하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것이냐며 저를 바보취급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런 일생 일대의 기회는 지난 3년간 10번 정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어쨌든, 은근슬쩍 저를 바보 취급한 다음에 자기가 제 친절한 상담원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20일 후에 맘에 안들면 취소하면 되니까 일단 가입 동의를 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전화상으로는 상품에 대한 이해를 하기가 힘드니까 안내책자나 문서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알겠다고 하고, 매달 얼마씩 납입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겠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저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살펴본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최소 3개의 다른 납입 금액에 대한 견적(?)을 뽑아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안된다고 합니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권해주는 상품이고 뭐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견적서는 하나의 납입 금액에 대한 견적을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은 "소수의 대상"이라는 말에 한번 또 이 문제에 대해서 재고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단 나중에 취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동의를 하면 질병에 대한 이력을 물어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2년 전에 급성 간염을 앓았던 적이 있어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좀 신경 쓰이는데 상담원은 그냥 "아니오"라고 대답해주길 바라는것 처럼 어떤 종류의 질병을 진단 받아서 입원했는지, 치료를 받았는지 막 묻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무슨 이용약관에 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알아들을 수 없는 거의 속사포 랩의 속도로 읽어주면서 동의 하냐고 물어봅니다. 그나마 친절한 사람은 제공된 정보를 타기관에 제공하거나 타 목적으로 사용하는것에 동의하냐는 부분에서는 미동의라고 대답해도 된다고 알려줍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에 동의 하는 사람들은 최종적으로 상품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에 수입을 제공해 주는 셈이 되는것 같습니다.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나는군요 !!!


어쨌든, 좋은 상품이라고 현혹시킨 뒤에,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조급하게 한 뒤에 동의를 하게 만들고보는 이런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시 간략히 정리하자면 제가 기분 나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담원은 안내해주려고 하는 상품이 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품과 극명한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보험이 아닌것 처럼 포장해서 말을 시작한다.
  • 자기는 굉장히 객관적인 측면에서 상품을 설명한다고 강조하면서 일반적인 금융상품과 비교를 하면서 말해주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혜택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정보를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 정보를 제대로 전달 받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일단 망설이게 되면 이런 좋은 기회를 포기하는 바보가 어디있냐는 식의 어투로 설득을 하게 되는데, 나를 바보 취급하는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 보통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알아듣지 못할 속도로 빨리 말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은 이정도 쯤은 잘 듣고 이해하는데 너도 그렇겠지? 라는 태도같이 보여 무시 당하는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때 우리가 상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거짓 정보를 제공받지는 않았는지 증거가 되는 자료를 남기기 위해 전화 상담 내용을 녹취한다고 하는데, 잘 이해하지도 못할 말을 빨리 하는것은 우리의 거짓 대답을 유도하여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녹취 자료를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 같다.
  • 은근슬쩍 우리의 개인정보를 빼가면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여 수익을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있는것 같다.
마지막 으로 좀더 자세히 언급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피싱사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피싱사기에 대한 경고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 
요새 피싱사기의 피해가 많아서 금융권에서 조심하라고합니다. 전화로 개인 정보를 요청하면 함부로 말해주지 말라고 당부를 하면서 자기네들은 우리들에게 좋은 상품을 안내해준다는 명목하에 우리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고객이 맞는지 확인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합니다... 자신들도 우리들의 개인정보를 노골적으로 요청하는 판에 피싱사기에 주의하라고 하는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자기네들은 경로를 했고, 피싱 사기의 판단 여부는 우리의 몫이라는 것 같습니다... Irony 하죠?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관심을 갖고 상담원과 이야기를 해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 강매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고객에 요청하는 정보도 제대로 제공해줄 수 없다고 하고,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조급하게 해놓고, 망설이면 바보 취급하는 그런 기업들의 행태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같아서는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를 하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잘 모르고, 이런것이 진짜로 신고할만한 꺼리라도 되는지 잘 모르고 이런거 정성들여 준비해서 신고할만한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습니다. 

저 혼자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일까요? 일단 그것부터 알고 싶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