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 최근 4년 동안 계속 부모님을 떠나 혼자 회사 위치에 따라 자취집을 구하면서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전세제도와 우리나라 현 상태와 정치인들이 말하는 서민청책에 대해서 가지게 된 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전세제도는 우리나라 같이 집값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많이 치솟아 오른 곳에서는 돈 없는 서민들에게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뭐, 집값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그건 집가진 사람들 입장에서 하는 말이고, 집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집값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쌉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집을 쉽게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alternative option으로 살 거처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세 제도가 서민들에게 좋다는것 뿐이지 전세값 조차도 너무 비싸서 사회에 새롭게 진출하는 청년들은 경제적 자립조차 어려울 정도지요. 그래서 부모님이 경제적 도움 없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월세를 내면서 살아야 하고 그렇게 됨에 따라 돈도 모으기 어려워 졌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뭡니까???

요새 국민과 정부(또는 정치인) 사이에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선거철에는 큰 issue이죠. 솔직히 서민의 정의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극소수의 잘사는 사람들을 제외 하고는 모두 서민인가요? 하지만 서민들이 살기 너무나 힘들다는 요즘 별 어려움 없이 살고 계신 부모님을 보면 그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부모님 나름대로 말못할 힘든 사정이 계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다고 빈민이 서민일까요? 저는 빈민은 아닙니다. 학업을 마치고 꾸준히 계속 경제 활동을 하고 있고 잘 살고 잘 먹고 있습니다. 다만 20대 중,후반, 30대 초반의 경제적 자립을 꿈꾸면서 사회적 입지를 넓혀가는 이 나라를 앞으로 이끌어갈 저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서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너무나 힘든 사람들을 서민이라고 정의 한다면 말이죠.  어쨌든, 이 서민정책... 국민들은 살기 힘들어서 그렇고, 정치인들은 민심을 얻기 위해서 한번쯤 언급하는 단어 아닙니까? 하지만 정말 서민을 위한 정책 치고서 의식주와 관련된 정책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기껏해봐야 세금과 관련된 issue 조금???

국민들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살기 힘드니까 좀 잘 살게 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은지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세제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서민들을 위해서 전세 제도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한번 얘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전세 제도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른 나라에서도 옛날에는 전세 제도가 있었지만 요새 들어 없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나라들에서 전세 제도가 존재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낮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통 우리가 전세금(전셋돈)이라고 하는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임대기간동안 맡겼다가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면 돈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형태의 부동산 거래를 전세라고 하는데, 이런 형태의 부동산 거래는 금리가 낮은 요즘 시대에는 좋을리가 없습니다. 그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도 전세 물량이 80년대에 비해 많이 줄어든걸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형태의 부동산 거래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부동산 투기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돈을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을 구입하여 부동산의 가치가 오른 후에 그 차익을 노리는 이런 행위를 우리는 부동산 투기라고 하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가 너무 지나쳤습니다. 우리나라는 개발이 비교적 aggresive 하게 이루어진 나라로 개발이 되는 곳은 부동산의 가치 상승은 어느정도 보장되었고, 그에 따라 너, 나 할 것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 부동산 투기의 핵심에는 전세제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전세액과 집의 가격의 차액만 지불하면 집을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세 제도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역시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세라는 제도는 나라에서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영역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동안 전세의 형태로 부동산을 거래한 임차인들의 권리는 많이 보장되지 못했고, 지금도 역시 보장되어야 하는 만큼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나마 확정일자 부여받기, 전세권 설정과 같은 제도가 생겨 임차인의 권리가 예전에 비해 많이 보호되고 있지만, 제가 듣기로는 계약 기간이 끝나고 임차인이 임대한 곳에서 나가도 그 금액을 고스란히 그대로 바로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끝나고 임대한 곳에서 나간 후에 수년 후에야 전세금을 어렵게 받으셨다는 분의 이야기도 들어봤고 그 밖에도 제가 전세를 구해서 이사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여전히 전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약자에 불과합니다.

이미 말했지만, 임대 기간이 끝나고 임대한 장소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금을 되돌려 받기 힘든 경우도 있음은 물론이고, 임대 기간이 끝나고 나가는 경우에 그 장소에 다른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곳에서 못나가는것 처럼 부동산에서 말합니다. 부동산은 공인 중계사라고 불리는 임대인과 임차인을 중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마도 그것은 임대인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겠죠. 쉽게 말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임대인이 새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나가는 세입자에게 되돌려줄 전셋돈이 없는 것이겠죠. 이렇게 무책임하게 이루어지는 거래가 어디있습니까? 상황은 이러한데 나라에서는 이런 부당한 거래를 눈감고 있습니다. 저는 왜 나라에서 이렇게 잘 알려진 부동산 거래의 잘못된 행태를 묵인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임대인은 어떻게 보면 어떠한 거래를 통해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도 어느정도 상도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그저 가진자들일 뿐, 상도는 안중에도 없으며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쉽게 임대인의 자리에 아무런 제지 없이 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나라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차인, 또는 세입자의 권리가 보호되지 못하는 것은 이런 돈과 관련된 문제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대인들은 어찌 되었건간에, 부동산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므로 개념적으로는 사업자와 동등한 입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 들어올때는 어떻게든지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위해 집을 청소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전 세입자에게 그 의무를 지게 하던지 자신이 직접 하든지 말이죠). 하지만 요즘 전세 시장의 거래 형태를 보면 전혀 그럴 여지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전세로 살고 있는 곳에서 다른 집에 전세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전세금을 돌려받고 새로 이사갈 곳과 계약을 하는 일련의 절차는 제가 살던 곳에 새로 들어올 세입자와 제가 이사갈 곳에 있던 세입자 모두의 전세금 돌려받고 새로 계약하는 시기가 꼬리가 꼬리를 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은 집을 청소하거나 고장난 곳을 수리할 여유는 전혀 없는 것이죠. 저같은 경우는 전에 살던 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새로 이사한 곳은 아주 지저분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가장 크게 화가 났고,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어 이런 형태의 거래가 이루어지게된 이유와 함께 현 점세 제도의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제시했던 전세 임대인의 무책임한 거래의 문제점으로 인해 많은 경우에 저처럼 세입자들간의 전세금 받고 계약하고 이사하는 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것 같습니다. 부동산에서 엄청난 네트워크로 이 복잡한 일을 감당해 주기는 하지만, 그 복잡한 과정이 문제이기 보다는 저는 제가 들어갈 집이 제가 이사하는 시점 보다 여유있게 비어서 제 돈을 들여서라도 청소를 하고 싶은데 제가 이사할 집에 세입자가 제가 이사하기 직전까지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만입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임대인이 나가는 임차인에게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의 존재 여부 상관 없이 전세금을 되돌려준다면 지금 보다는 세입자들이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할때 빈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죠. 물론 그것이 보장되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과 그 상황이 당연시 여겨지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전세집을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 상황을 감안한 거래를 해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세입자들에게는 그런 상황을 감안한 거래를 한다기 보다는 안그러면 다행인 상태인 것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요? 우리나라 전세 제도는 너무나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언급했던 오피스텔의 주거용 및 사무용으로 등록하는 문제도 그렇고요 (참고글 - 
2010/09/29 - 오피스텔 구하면서 생각해본 우리나라의 문제...). 이러면서 서민정책을 편다고 정부는 감히 말할 수 잇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정으로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전세를 통한 부동산 거래가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지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세를 통한 부동산 거래를 세입자들의 입장을 무시한채 너무나 쉽게 가능하도록 하는 바람에 (돈이 어중간하게 있는 사람들 까지도 대출을 통해) 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구입하는 풍토가 널리 성행했고, 그것 또한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결국 집값의 폭등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