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뉴스를 봤을때 분명 오늘 정오 쯤에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한다고 했는데, 아침에 출근을 할때 보니 너무 잠잠했습니다... 태풍의 눈에 있어서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나갔더군요... 많은 분들이 새벽에 상륙한 태풍 때문에 잠을 설친것 같은데, 저는 어제 예비군 훈련때 목진지 답사한답시고 서울 시내를 활보했더니 피곤해서 그랬는지 새벽에 거세게 불던 바람소리를 듣지 못했나봅니다... 

그래서 저는 태풍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 전도사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젊고 건강하신 분이라 저는 그 전도사님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잘못 받은게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받은 연락을 통해서 그 전도사님께서 돌아가신것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교회로 출근하시다가 태풍에 의해 쓰러지는 나무에 머리를 부딪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뉴스를 보니 이번 태풍으로 인해 5명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그 5명 중에 한 분이 바로 전도사님이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친분을 쌓은 분은 아니셨지만, 마지막으로 가까이 뵈었을때가 딱 한달 전에 수련회에서 스태프로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을때 수고한다면서 블루베리 홍초를 웃으면서 건네주시던 그런 다정한 분이셨는데,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늘 하루도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하시다가 봉변을 당하셨을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더 안타까웠습니다...

전도사님의 명봅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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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도사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오늘 또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사고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저는 옛날에 미국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우리나라에 와서 첫 태풍을 맞이했을때 생각을 잊지 못합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저는 깜짝 놀랐고,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살 때에 제가 살던 지역에 지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예보가 있었을때 지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받은 교육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모님께 서바이벌을 위한 통조림 음식, 마른 음식, 랜턴, 초, 건전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부모님을 귀찮게 했죠. 그 정도로 겁이 많이 났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많은 태풍들과 같이 그냥 평소보다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뿐 별다른 태풍의 피해가 없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지 못한 저는 그 이후로 태풍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오는 크고 위력적인 태풍들... 하지만 저는 역시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내기 때문에 태풍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합니다...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이나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 이겠지만, 도시에서 사는 많은 분들은 저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태풍의 위력에 대해 무덤덤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국민 전체가 태풍을 대책없이 그냥 지나가기만을 바라면 될까요? 오늘 인터넷을 통해서 충격적인 사진과 영상들을 많이 봤습니다. 간판은 떨어지고, 가건물은 무너지고 날라다니고, 창문은 깨지고... 가로수는 쓰러지고... 어제 뉴스에서 계속 강풍을 지닌 위협적인 태풍이라고 한 것을 보면 아마도 기상청에서는 매우 위협적인 태풍인것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뉴스 시청자인 저로써는 초속 몇미터의 바람이 분다는 얘기를 들었을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태풍 올때 늘 알려주는 수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태풍들의 풍속과 비교를 해준것도 아니고, 저는 솔직히 이번 태풍의 위력을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태풍이 지나가고 보니 많은 피해가 생겼죠...

저는 우리나라가 재난을 대비하는 자세에 대해서 고쳐졌으면 하는 것 두가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재난을 대비하는 법 제정과 집행, 그리고 재난을 대비하는 방법 그 자체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건설법(?)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세워지는 모든 건물은 이번 태풍에 아무런 피해 없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뉴스에서 들었습니다. 신호등이나 가로수등이 쓰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간판이 날라가거나 골연습장과 같은 철제 골절물들이 쓰러진것을 보면 법이 얼마나 소홀히 집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트위터에서 나눈 생각이지만, 별다른 전문성 없이 진행되는 수해 복구 (수해 재난 복구는 이번 태풍과 약간 거리가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태풍으로 인해 수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것을 감안하면 이 글에서 언급해도 될것 같아 언급합니다). 무너진 자연제방을 매년 군인들이 동원되어 복구되는 것을 보면 왜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복구할때 전문적인 지식 없이 예전 그대로 복구되는 것을 보면 복구작업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는지, 또 아무리 정성들여 복구한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똑같이 복구가 된다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개헌과 같은 문제도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국회는 국민들의 복리(welfare)를 위한 법 제정에 더 신경쓰고, 법 집행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법안들에 관심을 갖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을 위한 물질적인 투자, 예를 들면 복지시설 건설, 공원조성과 같은 우리 눈에 보이는 투자도 좋지만, 재난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간판이나 현수막 제작에 대한 기준)이나 피해 복구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속하게 할 수 방법에 대한 연구를 위한 투자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재난 발생이 예상되었을때 신속하고 조심스러운 대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이 태풍은 이틀전 부터 예보되었고, 어제 밤에는 위협적인 태풍이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기상청에서 예상했던 태풍의 상륙시간보다 태풍이 6시간 일찍 우리나라를 강타했다고는 하지만, 기상청에서 지속적으로 태풍의 진행방향이나 세력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태풍에 대한 대처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태풍의 풍속에 따라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예상되면 되도록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할 수 있도록 조치가 내려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이른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출근과 등교를 했어야 했고 그에 따라 아찔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전철은 운행이 중단된 곳도 있었으며, 도로 곳곳은 쓰러진 전신주들과 가로수들 때문에 출근길은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우리나라에 태풍이 한두번 온것도 아닌데, 어느정도의 풍속에서 어떤 피해들이 있을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다는 것은 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아주 위협적인 태풍은 몇해에 걸쳐 한번씩 오기는 하지만 태풍의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면 꽤 높은 빈도로 태풍이 발생하는 지리적인 위치에 속해있는 우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태풍 발생시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 및 대처 방안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이 글의 서두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미국에서는 자연재해의 발생이 예상되면 그것에 대한 대비책이 세워지고 학교와 지자체에서 사람들에게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는 그런면이 좀 부족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매년 봄에 학교에서라도 아이들에게 태풍이 뭔지, 어떤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을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하루라도 더 일해서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보자는 뜻에서 무슨일이 있어도 되도록 출근했어야 했다고 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도 그럴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요즘 세상은 오늘과 같은 악조건 속에서 출근을 했어야만 했던 과정속에서 발생한 손실이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교통 대란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짜증이 났을 것이고, 평소보다 정체되었던 도로 사정 때문에 낭비한 기름은 또 얼마겠습니까? 뉴스를 보니 아파트의 창문이 깨진곳도 많은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오늘 하루라도 집에서 발생한 사고를 정리했어야 했을텐데 말이죠...  만약 적어도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떤 서해안과 수도권 지역에서 오늘 이른 아침에 외출을 자제하라는 방송이나 공지가 이루어졌다면(수도권의 많은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기 때문이 이 일은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쓰러진 가로수에 깔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초에 발생했던 폭설로 인한 난리, 이번에 태풍으로 인한 난리...
나라에서는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자연재해에 대해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과학자들은 앞으로 기상 이변으로 점점 자연 재해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예상만 하고 있을것인가 궁금합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