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외갓집 식구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추석을 앞당겨 지내기로 하여 오늘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다들 만난 자리에서 사촌동생이 취업난 속에서 취업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축하해줄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을 해서 곧 일을 시작한다는 사촌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촌 동생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과연 이런 풍토가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졸업을 하지 않은 학생이 취직해 다니는 것을 보고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에서 공론화 시킬까 생각을 하던 중에 사촌 동생까지 졸업을 안한 상태에서 취직을 하게 된 것을 보고 교수이신 아버지와 함께 오늘 이야기를 잠깐 나누게 되어 블로그에 공론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대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대학교는 고등학교 이후에 각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의 기초를 다지는 곳으로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자신의 전공과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일단 대학교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의 입시는 각 학교에서 자신들이 각 분야에서 양성할 전문 인력을 뽑는 과정이고, 대학교에서의 4년이라는 교과 과정은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의 기초를 다져주는 기간이고, 졸업은 그 과정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졸업을 하지도 않은채 학생들을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하는것은 전문인력 양성의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학 4년의 기간동안 아무리 특정 분야의 기초적인 것을 가르친다 하여도, 그 양은 방대하고 사실상 학문에는 끝이 없기 대학이 담당해야 하는 교육의 범위를 정하기는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졸업의 기준으로 삼은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 및 학점수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교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양성한 인력들을 사회에 진출시킴으로써 그 학교의 우수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교들은 4학년때 취업을 한 학생들에게 취업계를 내주어 수업을 결석하는 것을 허락해주고 있는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이것은 대학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생을 뽑은 회사에서 학생의 마지막 해 또는 마지막 학기에 듣는 수업을 소홀히 해도 상관없다는 판단하에 취직시키는 것일테니 일손이 부족한 회사들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빨리 뽑아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그 반면에 학교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많은 것을 가르쳐 학생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어떤 학교를 졸업한 인력들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은 학교의 입장에서는 학교의 명성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취업한 학생들에게 취업계를 허가해주고 학교 생활을 소홀이 하다 졸업하게 함은 자신들은 더이상 가르칠 것이 없고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여도 학생들의 가치는 더욱 높여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대학교들의 목적은 학생들의 취업인가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취업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계십니다. 취업한 학생들이 찾아와 유세를 떨며 자기 취업했으니까 이제 수업 못나온다고 선포를 한답니다. 결국 학생들도 학교에서는 더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자기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서 배우러 대학을 오기 보다는 취업을 위해 대학을 가는것 같습니다. 물론 이론과 실무는 달라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론 없이는 실무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 인턴이라는 좋은 제도도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면 취업계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좀 있는듯 하지만, 취업계를 허락하지 않으면 학생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면접을 봤는데, 졸업 이후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회사에서는 당연히 당장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뽑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취업계 허가를 통해 학업과 취업의 병행에 대한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학교의 학생만 취업이 되면 그런 기회가 없는 학교의 학생들의 취업기회는 점점 줄어든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과정이 경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한 문화의 폐해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대학생활 4년은 전문인력 양성의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에 대한 결과의 하나로 취업을 생각하고 결과를 조기에 달성하면 그 과정은 마무리될 필요가 없는 우리나라의 풍토는 과연 옳은 것일까요? 물론 학교를 충실히 다녀서 졸업한 후에 취업을 하느냐 마느냐는 학생의 선택, 그리고 그것을 허가 해주냐 마느냐는 학교의 선택, 그리고 졸업을 하지 않은 학생을 취직 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는 회사가 선택할 문제입니다만, 우리모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충실히 교과과정을 마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똑같은 졸업장을 따는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업한 학생에게는 취업했으니까 수업을 조금 소홀이 들어도 된다는 것은 평등성에 위배되지 않는지 생각해봐야할 필요도 있는것 같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