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TED talk들을 YouTube나 Podcast로 즐겨 보는데 TEDxSeoul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가 신청을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참가 신청서 양식에는 개인을 잘 나타내는 단어 4개를 고르시오. 자신의 분야에서 남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또 그일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주시오, TED에서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말들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 보시오와 같은 단답형 질문이 아닌 내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얼만큼 노력하면서 사는가에 대해 물어보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그런 질문들이었습니다. 참가 신청 마감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 차근차근 생각해 보고 성심성의껏 대답하고 신청을 하려고 했으나 회사에서 해외 출장 일정이 갑자기 생기고 그 일 때문에 한동안 바빠서 결국  심오한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시간도 없이 참가 신청 접수 기한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신청인원이 미달 되었는지 추가 신청을 받는다기에 재빨리 어떻게든 신청서를 작성하려고 했는데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 여부가 optional로 바뀌는 바람에(원래 optional 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답변 안하고 신청했는데 운좋게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서대문역 8번출구에 있는 서대문 아트홀에 가서 TEDxSeoul을 참관하고 왔습니다. 세 세션에 걸쳐 15번의 talk가 이루어졌고 참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모르고 있던 분야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번 TEDxSeoul의 주제는 장(場) 이었습니다. 어떤 분야를 하나의 마당으로 봤을때 그 마당에서 어떤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지 사람들이 그 활동에 얼마나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할 수 있는지가 큰 주제였습니다.


1. 첫 연사는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개코였습니다. 자신들의 음악세계가 어떻게 변해왔으며 그 과정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는지를 말해줬습니다. 힙합정신으로 무장해서 사회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어려움을 겪고 군대를 다녀오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짐에 따라 긍정적으로 변하고 삶의 여유를 찾게 되었다고 고백한 그들은 자신들의 강연이 부족했으리라 말하면서 자신들이 자신있는 노래 부르기를 통해 부족했던 강연을 들어준 청중들에게 보답하겠다면서 노래도 한곡 불러주고 갔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라 잘 호응을 못해줬지만 일단 호응을 해주고 싶어도 new iPad로 촬영중이었기 때문에 뛸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한번 예전에 iPad2를 떨어뜨려 박살낸 기억이 있어서 차마 그 위기를 감수하고 펄쩍펄쩍 뛸 수 없었습니다...


2. 두번째 연사는 황두진 건축가였습니다. 이 분은 세계화(Globalization)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계화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자신의 사회에 이바지함으로써 그 첫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자신이 건축사무소를 차리고 지역사회에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국으로 진출하고 또 세계로 진출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먼저 타국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며 우리의 것을 그들과 나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와 그들의 차이를 좁혀 나가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라고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 세번째 연사는 CLO Virtual Fashion의 오승우 CEO CFO 였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들은 강연중에 하나였습니다. 대학원에서 연구한 옷의 3D 렌더링 기술을 바탕으로 차린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꿈꾸는 비전을 공유하셨습니다. 마치 실사와 같이 렌더링된 옷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이라고 하면서 옷은 어떤 도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태로 제작된다고 보여주시면서 각 부위에 해당하는 도면을 실시간으로 편집하면서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여주는 툴을 개발한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이 패션계에서 큰 인기를 끌것이라고 확신했었다는데 패션계에서는 예전의 프로세스에 너무 익숙해져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툴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있어서 새로운 시장을 찾게 되었다는데 그 시장은 디지털 케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업 모델을 바꾸어 툴을 그 목적에 맞게 개선해서 오픈을 했는데 툴이 크랙되었다는 웃지 못할 사연을 들려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통해서 미국의 대형 CG 스튜디오들과 게임 회사들에서 연락이 오고 더 큰 기회들이 찾아오고 있음을 말해주었습니다. 오승우 대표의 꿈은 현실 세계의 옷과 가상 세계의 옷이 하나가 되어 옷을 구입하면 그 옷을 가상세계의 케릭터에 입히고 유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오승우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회사에서 같이 일하다가 다른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기신 분께서 이런 비슷한 일을 기획해서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벌써 몇번 시작했다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입장에서 오승우 대표께서 하신 일들을 대충 머리 속으로 그렸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었는데 결국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은 이 사업 모델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패션계 쪽으로만 파고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매우 인색하지만 그 기술을 사업화 하는데 있어서도 그 잠재력이나 사업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또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일에 인색할 수 밖에. 저는 오승우 대표의 이야기에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었는데 기립하는 사람은 없더군요... 혼자라도 기립해서 박수 쳐줄걸 이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4. 네번째 연사는 문화로 놀이짱 안연정 CEO 였습니다. 이 분은 소비를 공유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사람들이 창의적인 일을 하기 위한 공구들을 공유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무심코 낭비되는 자원들을 어떻게 하면 재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여 그 방법을 고안하여 홍대 근처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5. 다섯번째 연사는 붕가붕가 레코드의 고건혁 대표였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음반 사업에 대해서 예전에 TEDxSeoul에서 말씀하신 것을 영상으로 봤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인디 음악을 문화 산업으로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을 하신 것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관광상품과 결함한 형태의 공연문화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 주셨고, 그것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또 그 결과는 어떤지 말씀해 주셨고 현재 대형 기획사들에서 키운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는 공중파 방송 때문에 우리가 문화적 다양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인디 음악을 홍보하는 매체가 되기로 했다면서 인디 음악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갖아달라고 호소하셨습니다.


6. 여섯번째 연사는 Oliver Griem 이라는 독일 media artist였습니다.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말로 우리나라의 도시 문화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을 말해주어서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이 분은 우리나라 특히 서울을 90년대 부터 유심히 지켜봐왔다고 합니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서양 문물을 동경하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서울의 고유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한탄하였습니다. 또 그 모습을 잃어가는 재개발 과정에서 주거권을 잃거나 상권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나라의 처사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했습니다.


7. 일곱번째 연사는 Ablar Company 신정규 CSO 였습니다. 알고보니 이분은 Tatter Tools를 만드신 분이셨고, 현재 TextCube와 여러가지 open source 활동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Open Source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고, Open Source가 선의의 자기 조직화라고 표현하면서 지식을 공유하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고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꼭 소프트웨어의 소스를 오픈해서 공유하는것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관점에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 일이고 중요한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8. 여덟번째 연사는 Enswers 라는 회사의 이재형 CTO 였습니다. Enswers라는 회사는 이미지 검색엔진 서비스를 하는 회사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런 기술적인 이야기 보다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준비 하셨다고 하면서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인간이 에너지를 통해서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 설명하면서 에너지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그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지금 지구 온난화와 같은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해 자연 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재생 가능한 에너지도 지금으로써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대한 꿈을 설명했습니다. 엔트로피와 열역학을 언급하면서 공돌이인 저도 잘 이해가 안가는 말씀을 하시는 바람에 청중이 한순간 멍때리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결론은 Victor Schauberger가 고안한 발전 방법(refer to tornado generator)에 한발 다가서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하는것 같았습니다. 역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물리쪽에도 능통한 것 같습니다...


9. 아홉번째 연사는 이재준 디자이너였습니다. 이분은 우리의 생활속에서 가장 기초가 되고 중요한 의식주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주거라고 했습니다. 옷은 덜 예쁘고 싼 옷을 입으면 되고 밥은 조금만 먹어도 되지만 살 공간이 없으면 그것만큼 인생을 비참하게 하는것 없다면서 주거가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내집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고 그것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건설사와 은행들 그리고 자본가들로 인해 투기가 만연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의 주택 보급율은 98%를 넘고 전국 주택 보급율은 101%가 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는 빈집이 50만호가 넘고 전국적으로는 80만호가 넘는다는 충격적이고도 불편한 진실. 이런 상황에서도 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자들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취나 하숙집을 찾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많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런 문제 대한 해답이 될만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4시간 이상 앉아있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져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이분께서 진행하고 계신 새동네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드네요.


10. 열뻔째 연사는 자칭 Science Oriented Engineer 김주환 박사였습니다. 박사님은 고등학교때 어떤 공식을 통해서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그런 문제들만 접하다가 대학교에 가서 토목공학을 공부하면서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토목공학에서 구조물이 지진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그 과정은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맞는 실험 결과를 얻는지를 보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수학을 공부하셨고 결국에는 우주과학을 하게 되셨는데 목성의 자기장을 연구하면서 똑같은 과정을 통해 연구를 하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컨설팅 업계에 뛰어들어 문과를 공부한 사람들과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마케팅 기법을 살펴보니 그것 또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공식을 통해서 해답을 찾기 보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금쪽같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11. 열한번째 연사는 TEDxSeoul Organizer인 곽인호님이셨습니다. 자기 소개를 시작으로 TEDxSeoul을 기획하게 된 사연, 그리고 TEDxSeoul을 통해서 우리들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TEDxSeoul의 목적은 Inspire, Share, 그리고 Change라고 했는데, inspire 와 share는 오늘과 같은 행사를 통해서 사람들이 만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나중에 영상으로 강연을 보는 것으로 가능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이런 일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가 변하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 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12. 열두번째 연사는 또 다른 독일 출신의 Visual Artist Nils Clauss였습니다. 이 사람 역시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 우리나라에 머무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건물의 벽이나 담장들에 그려진 자연의 모습들을 종종 보면서 사람들이 자연을 그리워 하고 있는것 같다면서 자신도 시골인 독일의 고향을 가고서야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분은 Visual Artist로 서울이 겪고 있는 문제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사진으로 찍고 뮤직비디오로 나타내기도 한다면서 부분부분을 보여줬는데 제가 보기에는 서울이 점점 자연을 파괴하면서 개발되는 모습을 통해서 사람들의 감정이 삭막해지고 얼마나 무자비하게 변하는지 보여주면서 모두들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깨우쳐주려고 하는것 같았습니다.


13. 열세번째 연사는 이종범 웹툰 작가였습니다. 이 분은 어릴때 부터 만화가의 꿈을 가지고 컸는데 막상 만화가가 되려고 보니 시대가 전통적인 만화책에서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만화가 옮겨가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를 하면서 웹툰이 만화 창작에 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새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테크닉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더 풍부한 감성이 전달될 수 있고 독자는 몰입할 수 있는 그런 환경으로 바뀐 만화의 세계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14. 마지막 연사는 제네럴닥터였습니다. 의사의 신분으로 다른 의사들과는 다르게 인간미가 넘치는 진료법을 연구하고 그 방법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 두분이 강연해 주셨습니다. 세상에 병원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생각으로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의사의 입장에서 그런 안타까움 때문에 더욱 인간미 넘치는 진료법을 생각해내고 확장하려고 하신다는 의사 두분. 병원을 꼭 아파서 오는 곳이 아니라 감성의 교류의 장소로 변모시키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건강할때 건강을 더 잘 챙기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살아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병원을 카페처럼 꾸미고 누구든지 언제나 방문할 수 있게 하여 주 수입원이 진료가 아닌 커피와 빙수 판매라고 합니다. 이분들은 주치의라는 개념과 비슷한 "안녕하세요"라는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셨는데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의사 한명을 배정하여 사람들이 의사와 인간적인 관계도 유지하면서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로 건강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특정 분야의 전문의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전문의라는 개념으로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중간에 빼먹은 연사가 있네요... 몇번째인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9번째에서 11번째 사이인것 같은데 서대문 아트홀 극장주이자 허리우드 극장 대표인 은주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요즘에 멀티플렉스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잃어버린 노인들을 상대로 문화 사업을 펼치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이 분의 말씀에 의하면 노인들은 옛날에 영화를 보려면 하루종일 줄을 서야 했고 운이 좋아야만 영화 표를 구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가 그들에게 주는 가치는 요즘 세대들 보다 더 귀중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라는 요즘의 극장 형태는 노인들이 가기에는 복잡한 구조이며 젊은이들의 애정행각 때문에 노인들이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꺼려하신다고 합니다. 노인들이 그동안 우리 세대를 위해 전쟁에 나가서 싸우고 외화를 벌기 위해 중동에 가는 등 많은 것을 해주었지만, 바쁘게 살아온 그들이 이제와서 여유를 즐길 수 있을때 우리는 그들을 소외해왔다는 것이 김은주 대표님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김은주 대표님은 단관 극장을 운영하시면서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를 상영하신다고 합니다. 이런 문화사업을 통해서 옛 향수를 되새기며 알츠하이머가 호전되는 노인분들도 계시고 문화생활을 통해서 삶의 재미를 다시 찾게 된 경우가 많다면서 이 사업의 소중함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1시를 조금 넘어 시작해서 7시반에 행사가 끝났습니다. 많은 유익한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다녀온 여행의 여파 때문인지 집중력이 떨어져서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이번 행사를 통해서 제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정리를 해서 제 스스로 이해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그 강연을 열심히 노트에 정리를 해보려고 해도 무엇이 중요한지 잘 모르겠고 정리를 하다보면 중요한 사실들을 하나씩 꼭 놓치는것 같은 그런 느낌... TEDxSeoul 해시태그 달린 트윗들 보면 다들 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잘 정리해주고 자신의 느낌도 140자로 정리를 잘 해주시던데 저는 그러지 못하겠더라고요... 왜 저는 어렸을때 글쓰기와 책 읽기를 소홀이 했을까요? 저도 제 생각을 조리있게 설득력있게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동안 제가 나름 생각을 많이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연사들을 보니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을 통해서 남들에게 어떤 유익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오늘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해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이 행사를 준비하시는 모든 Staff들이 본업을 가진채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준비해준 덕택에 그나마 이런 행사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고마움이 더 앞서네요. 이번에는 쓸쓸하게 홀로 다녀오고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제가 원래 낯을 좀 가려요) 다음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처럼 추상적인 생각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노력해야겠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