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전에 모두가 부러워 하던 대기업을 때려쳤습니다. 이유는 두가지였습니다. 첫째로, 아무도 저에게 일을 시키지 않을때 스스로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동료들의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시작해서 그 일이 커지고 많은 개발자들이 제 일에 의존을 많이 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회사에서 무의미하게 생각했고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둘째는, 뭐가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유연하지 못한 경직된 조직문화와 그런 문화 때문에 말로만 혁신을 외치고 일은 몸빵으로 하면서 버려지는 시간들 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드웨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한 일을 아쉽게 그만두고 소프트웨어쪽에 커리어를 전념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거의 1000억에 가까운 부채를 안고 있는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옮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저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일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그 회사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그 도전은 회사의 무모한 일정 때문에 결국 개발하던 제품 출시도 못하고 아름답게 보이던 도전은 비전이 아닌 사기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월급이 안나오는 문제도 있었고, 회사의 경영 방침에 수긍할 수 없어서 회사를 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첫 일년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뚜렷한 비전은 없지만 뭔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일을 했습니다. 앞으로 무엇인가 멋진 제품이 탄생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만족스럽게 일을 했지만 사업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일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면서 그 일은 지금 아무도 신경 안쓰는듯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겪으면서 저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끌려다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개발자로써의 능력은 계속 키워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의 일은 저에게 아무런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겠습니다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는 지금 매우 비생산적이고 의욕적이지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편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막연히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일을 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마약을 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접해보고 그런 세계에 대한 확신을 통해서 더 이상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전념 했듯이 저도 지금의 것들 보다 더 이상적인 것들이 있다고 확신하고 그것들을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잘난척하는 것이 아닌지, 그냥 시키는 일이라도 잘 하기라도 하면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 능력은 제쳐두고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은것이고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쨌든,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돈인것 같습니다.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의욕적으로 꿈을 가지고 도전해 볼만한 일거리 입니다. 지금 회사에서 저에게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던져준 회사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쩄든 불만족스러운 것은 불만족 스러운 것이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자기가 만족할 수 없는 일을 할 것이면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3년 반 전의 제 선택이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은 언제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소프트웨어쪽으로만 커리어를 쌓기로 결정한 후로 첫 직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써 잃었던 2년 동안의 시간을 어느정도 만회하여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무엇이든지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주변에는 도움을 주고 받을 친구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느정도 사회 생활도 했고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일을 시작해 보겠다고 하기에는 배짱이 없습니다. 어찌보면 무모하기도 하고요...

지금으로써는 꿈을 가지고 당장의 수입에 연연하지 않으며 앞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창업을 하는 주변에 있는 동생들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주변에 개발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취직 걱정이나 하지 창업하는 회사의 일원이 되어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 같이 사회 생활을 좀 한 사람들은 그렇다 치지만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꿈과 열정이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이것은 여러가지 사회적인 요인들 때문에 벤처회사들이 성장하여 잘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한 몫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즘 학생들은 벤처의 꿈을 꾸지 않는 다는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안정된 직장에 가서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갑이나 상사의 쪼임을 받으면서 야근하면서까지 하고 싶은지... 뭐 저는 야근을 많이 안해서 근무 시간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때로는 불가피하기 회사 내부적인 이유가 아닌 외부에서 발생한 요인들 때문에 촉박하게 일을 해야 해서 야근을 할때면 짜증이 납니다.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업계의 선배들을 보면서 맨날 집에 가서 애 자는 모습만 겨우 보는 아빠들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저도 그렇게 하루하루 겨우 삶을 연명하는것 처럼 살아가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래도 안정된 직장과 월급이 중요하다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세요...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잃을 것이 별로 없을때 꿈을 가지고 자기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에서 제가 언급한 3D 직종으로 묘사되고 있는 IT업계의 일자리들은 널리고 깔려있습니다. 언제든지 그런 삶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꼭 자기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볼 수 있을때 해보세요!!! 혹시 그런 기회를 찾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개발자가 필요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 일을 하고 안하고가 중요하기 보다는 그런 기회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살펴보는 것도 삶의 좋은 자극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요새 취미삼아, 그리고 연습삼아 용돈 벌이나 해보려고 앱 개발 중입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해 봤습니다. 이럴때 가끔 생각나는 문과를 졸업한 어떤 친구의 말이 떠오릅니다... 

"넌 기술 배워서 좋겠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기술을 통해서 자기가 만들어보고 싶은 것을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은 공돌이들에게 있어서는 아주 크나 큰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능력을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앱 만들다가... 진도 안나가서 왜 앱을 만들고 있는지 다시 되세겨 보다가 썼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