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지구대 다녀오고 대한민국 경찰에 실망하게 된 사연...
오늘은 개인적으로 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낮에는 혼자 만들고 있는 앱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고, 밤에는 미국에서 잠깐 한국에 방문중인 형과 심야영화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형이 지내고 있는 서울의 숙소까지 데려다 집에 막 도착하려던 찰라에 사람을 칠뻔하면서 오늘 하루 마무리는 참 이상해졌습니다. 요새 우리나라 경찰들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저도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판교 톨게이트를 들어와서 파란 신호를 받으며 쭉 쭉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연비에 신경쓰르나 과속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송사거리를 지나려는 순간에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급제동을 걸고 매송 사거리를 지나지 못했고 신호는 빨간 불로 바뀌었습니다. 움직이는 물체는 어두운색 옷을 입은 술에 잔뜩 취하신 어떤 할아버지셨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하시면서 비틀거리고 계시길래 위험해 보여서 일단 차에 태워드렸습니다. 그리고 댁이 어디시냐고 그랬더니 계속 서현동 넘어 거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드님이나 따님 전화번호 아시냐고 했더니 혼자 산다고 그러시고, 어디 사시는지도 잘 모르시고 술에 잔뜩 취하시기도 했고 옷에서 찌린내가 나길래 치매기도 있는것 같아 일단 지구대로 모셨습니다.
지구대에 들어가서 수고하신다고 인사하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게 된 경위를 말했더니 친절해 보이시는 경찰 한분(경찰 1)이 제가 할아버지를 모셔오게된 정확한 경위와 차를 태운 장소와 제 신상 정보를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 할어버지께 신상에 대한 질문을 하셨지만 할어버지께서는 겨우 성함과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동수만 말씀하시니 경찰이 어쩔줄 몰라 하시며 우왕좌왕 하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자동에 있는 어떤 아파트에 사실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왕자왕하면서 일 처리는 잘 못하고 있어도 귀찮아 하지 않으시고 친절히 도와주시려는 모습이 역력해서 경찰 1에게 좀 감동 받았는데, 그때 다른 경찰(경찰 2)이 나오더니 저와 할아버지께 똑같은 질문들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서는 그 경찰은 할아버지께 순찰하느라 바빠서 못데려다 주는데 왜 이러냐고 짜증을 냈습니다. 그리고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또 우왕좌왕 하시더군요.
그때 119 구급차가 왔습니다. 경찰 1께서 제가 할아버지를 칠 뻔했기도 했고 술에 잔뜩 취한 상태라서 몸 상태가 걱정이 되어서 119를 불러왔다고 했습니다. 119 구급대원들은 나와서 상황을 물었습니다. 경찰 1이 상황 설명을 구급대원들에게 합니다. 그러자 구급대원들은 할아버지께서 말씀을 하시는것을 보면서 이상이 없는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 2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할아버지께서 의식이 없었는데 내가 모셔왔고 얼마전에 의식을 되찾았다는 엉뚱한 소리를 만들어내서 말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구급대원은 의식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 대려가봤자 보호자 대기실에 방치된다고 이것이 자기네들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말하면서 병원에 데려갈 것을 거부합니다.
그러더니 경찰 2가 저의 팔목을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그러더니 우리는 바쁘니까 다음부터는 이런 일 생기면 소방서나 119에 신고하라고 하더군요. 제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지금이라도 당장 할아버지 모시고 소방서로 가겠다고 했더니 또 말리더군요...
결국 다른 좀 높아보이는 경찰(경찰 3)이 나와서 사태 수습에 나섭니다. 경찰 3이 지시를 내립니다. 신원조회 해서 주소가 일치하면 댁에 모셔다 드리면 되지 않느냐고. 할아버지께서 말하는 주소가 신원 기록이랑 일치하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할지는 제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그것이 걱정되어서 처음부터 지구대로 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이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으로 처리되기 까지 왜 3명 이상의 경찰들이 개입을 해야 했고, 시간은 30분이 넘게 걸렸을까요?
결국 경찰 3께서 사태 수습을 해주셔서 저는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단순한 사건 하나 가지고 경찰들이 우왕좌왕하고 소방서나 119로 일을 떠넘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황당하고 실망했습니다. 그냥 경찰이 아닌 일반 시민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집 주소 물어보고 신원 조회해서 일치하나 보고 일치하지 않으면 보호자 조회해 보고 어떻게든 처리해주면 될 일을... 집에다가 모셔다드릴 순찰차가 부족하면 지구대에서 잠시 보호하고 있다가 나중에 순찰차 여유가 생기면 모셔다 드리면 될 일을... 왜 경찰들은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도 잘 몰라 우왕좌왕 쩔쩔매고 소방서나 119로 책임을 떠넘겨 보려고 하고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경찰 3께서 일을 수습해 주셔서 그나마 기분좋게 집에 들어올 수는 있었지만, 대한민국 경찰이 이정도 수준 밖에 안된다는 것은 좀 뜻밖이었습니다. 새벽까지 우리의 치안을 책임지기 위해 수고해 주시는것도 알고 고생하시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길 잃은 할아버지를 이런식으로 대우하고 일을 처리해서야 될까요? 예전에도 길 잃은 할머니(물론 그 할머니는 노숙자 같아서 찜질방에 보내드렸지만)를 도와드린 적이 있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많이 일어날듯 한 일인데 기본적인 일 처리 프로토콜이나 매뉴얼도 없나봅니다. 이런 기본적인 일 처리 시스템 부터 바뀌어야 할것 같습니다...
어쩄든, 오늘 진심으로 정성스럽게 도와주시고 할아버지 걱정하시면서 119 구급대원까지 부른 경찰 1께서 많이 감사드립니다. 나중에나마 사태를 수습해 주신 경찰 3께도 감사드리지만, 경찰 2는 정말 아니었어... 책임 떠넘기기에 사실왜곡까지 해버리다니...
오늘 배운것...
오늘 제가 한일을 전문 용어로 보호요청이라고 합니다. 지구대에 길 잃은 할아버지에 대한 보호요청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면 소방서에 가거나 119에 신고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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