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진정서 제출후 노동부 출석을 경험해보다...
My Life/일상 :
2010. 3. 4. 00:00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두달치 월급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가운데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가 회사 사정이 점점 악화되어 나중에 회사가 망하고 돈을 못받을지도 모른다는 괴한 소문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저도 태도를 바꾸어 임금체불 진정서를 노동부에 제출하고 오늘 전에 다니던 회사를 다니다가 저와 같은 입장에 처한 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경인지방 노동부 성남지청에 출석하였습니다.
예전에 같이 동고동락한 회사의 동료들도 만나는 반가운 자리였고, 회사의 입장을 들어보고 약간은 암울해지기도 하는 참 복잡하고 오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노동부에 4시에 도착하여 임금이 체불된 사람들과 함께 회사 대표로 나오신 인사과 팀장님과 노동부 공무원을 만나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노동부에서 일하고 계신 분께서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로 인해 요새 바쁘고 정신 없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전 회사를 대표해서 출석하신 인사팀 팀장님 앞에서 노골적으로 회사를 비하하는 말을 서슴치 않으셨으며 회사 사정을 뻔히 아는데 이 많은 사람들의 밀린 월급을 다 지급할 수 있겠냐고 하시면서 우리들도 진작 진정서 제출하지 그랬냐고 그러셨습니다. 임금을 받지 못한 저로써는 약자의 편을 들어주는 노동부 직원이 참 고맙기도 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까지 말씀하실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분의 프로의식이 의심스러웠습니다.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중재를 나서야 하는 그분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감정섞인 불필요한 말씀을 하실 필요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전에 다니던 회사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또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 주시는 인사팀장님의 말씀을 듣자, 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것은 모두들 다 알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퇴직한 사람들 순서대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회사의 입장이 더 난처해졌고 어려워졌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는데, 그부분에서 화가 났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밀린 월급과 퇴직금이 없어도 당장 사는데 큰 지장이 없고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었고, 앞으로 돈을 지급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소문만 듣지 않았어도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회사는 사람들이 왜 임금체불 진정서를 서둘러 한꺼번에 제출했는지 생각해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퇴사 후 회사로부터 연락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최소한 기대했던 것은 내 밀린 월급이 얼마이고, 퇴직금은 얼마인지 정산해주고 양해를 구하고 회사로부터 다른 사람들의 밀린 임금의 지급 상태를 지속적으로 보고 받으면서 언제쯤 돈을 받을 수 있는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한 사람들에게 먼저 돈을 지급해 주는 바람에 묵묵히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아마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회사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불안해져서 한꺼번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불해야 하는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회사 대표는 입건(?), 구속(?),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강력한 법적 처벌 및 제재를 받는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돈이 없어서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좀 너무한것 같다 싶기도 합니다. 돈이 있는데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분명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것이 맞겠지만, 저는 회사가 망해서 돈이 없어서 구성원 모두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해 주지 못한다면 아쉽지만 돈을 못받아도 할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운영주 입장에서는 회사를 잘못 운영한 죄가 있기는 하겠지만, 모든 탓을 회사 운영주에게 돌리기는 딱히 힘들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그렇게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참 어려운것 아니겠습니까? 이런말을 하는 저를 보고 바보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제 생각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회사에 입장에서는 한때 그 회사를 이루고 있던 구성원들에게 그렇게 소홀하게 대했다는 것은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저만 지급 받아 마땅한 돈을 지급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4월 중순 이전 까지 모두 지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법적으로 지정한 지급 기한이라 그런것 같고 사실상 어찌보면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저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도 충분히 많은데 새로운 직장에서 잘 적응해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지요...
어쩄든, 오늘 참 감정이 복잡 미묘하게 교차하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한 사람이 너무 많아 처리에 번거로움을 겪고 있는 노동부에서는 개개인들에게 출석하라는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것 같은데(저같은 경우는 주변에서 오라는 연락을 못받아도 출석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출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서 제출하고 출석 안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투덜거리면서 그 사람들에게는 진정서 처리를 다음으로 미뤄야겠다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아직도 일의 처리 시스템에 문제가 많음을 느끼면서 나라의 공무처리 방법도 선진화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위에 잠시 형편이 어려운 회사에 대한 동정론을 폈으나, 그래도 다음에 이런 일을 또 당한다면 바로 임금체불 진정서를 신청할 것 같습니다... 노동부에서는 그러라고 하고 저도 저와 같은 입장에 처해계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경험하게 되실 분들에게 그러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여러가지 상황 판단 하시고 행동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전 회사 동료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노동부에 출석하는 바람에 오후반차를 쓰고 저녁에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 회사에서 곧 지급해 주겠다는 돈의 정산 금액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고, 그런 점에서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하루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젠 돈이 지급되기만을 기다려보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살다보니 이런 경험도 해보는군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살기 나쁜 나라는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My Life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문회 후기 (2) | 2010.03.20 |
---|---|
딸빠우유를 만들어먹다... (4) | 2010.03.19 |
Catching up on Subscribed YouTube and Google Reader contents... (0) | 2010.03.14 |
나의 또다른 문제... 생각에 대한 귀차니즘... (5) | 2010.03.10 |
The problem with organizing my life... (0) | 2010.03.09 |
잦아지는 "정줄놓" 상태... (2) | 2010.02.24 |
난 선천적으로 고독한 존재인듯... (9) | 2010.02.23 |
3D 영상을 만들어내는 매직아이 놀이~ (0) | 2010.02.19 |
치즈 참지 마요네즈 김밥... (8) | 2010.02.08 |
My frustration and productivity... (4) | 2010.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