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제 올린 글을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접속한 YouTube 사용자는 동영상에 댓글을 달지 못합니다. 댓글을 달려고 하는 순간에 팝업 창이 떠서 본인 확인제로 인해서 YouTube에서 자발적으로 댓글 달기와 동영상 업로드 기능을 막아놨다고 사용자에게 알려줍니다. 메세지 내용은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YouTube에 접속하고도) 댓글을 달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아마 동영상도 업로드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더 웃긴 것입니다... 저는 오늘 본인 확인제의 실효성 문제성에 대한 제 생각을 써보고자 합니다.

어제 글을 쓰면서 본인 확인제에 관심이 생겨서, 조금 알아봤습니다. 그래서 본인 확인제의 정식 명칭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이하 본인확인제)임을 확인했습니다. 본인 확인제는 2006년 여름에 참여정부의 정보통신부와 열린우리당이 개정한 정보통신망법의 일부로 그 내용은, 어떤 게시판의 기능을 가진 사이트에서 일일 평균 사용자수가 10만을 넘으면 게시판 운영자는 본인확인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지는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의 익명성을 활용하여 저지르는 인신공격, 허위 사실 배포, 그리고 악성댓글 달기와 같은 만행을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 짝짝짝 !!!
좋은 법이로구나...

하지만... 그 법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까요?
일단은 일일 사용자 수가 20~30만이 넘는 인터넷 언론기관, 포털 서비스, 그리고 UCC 사이트가 대상이 되어 그 제도가 적용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일일 사용자 수가 10만 이상인 사이트에 까지 확대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까지도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는 단계라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이 악성 루머와 악성 댓글에 여전히 시달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많은 사건과 사고도 있었지요... 악성 댓글과 여러가지 허위 정보는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 판치고 있습니다. 좀처럼 불미스러운 일들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공감 하시는지요?

참여 정부 시절에 정부에서 야심체가 준비한 제도의 취지는 참으로 좋고, 내용상으로 봐도 매우 현실적인 해결책가아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파급 효과는 대단합니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나 정보만 제공하면 한순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잘 생각해보면, 다음, 네이버, 싸이월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여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고, 디씨인사이드, 클리앙, KPUG과 같이 특정 분야 관련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한 사이트들도 엄청난 회원들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각 사이트별 사이트 생성 후 부터 방문자 수 증가 추이를 일일이 조사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짧은 시간안에 많은 사람에게 어떤 정보를 쉽게 노출 할 수 있다는 점만은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일일 평균 방문자수 10만 이상인 사이트에서 의무적으로 본인 확인제를 시행해도, 각 방문자 개개인이 방문하는 사설 게시판에 유통(?)되는 정보는 관리될 수 없고, 근원지도 추적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결국, 아무리 10만이 넘는 사이트에서 엄격하게 본인 확인을 하여도, 악성 루머나 허위 사실은 다른곳에서 생성되어 퍼지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보잘것 없는 사이트에서도 어떤 계기로 한순간에 사용자가 폭주할 수 있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런 경우에는 본인 확인제가 그 효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혹시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저도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넌 누구냐?' '인증 받았냐?'고 제발 묻지 마세요"라는 기사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어보시면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아실 수 있겠지만 기사를 읽기 귀찮아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한 나라의 기술 발전방향 및 그 나라의 지위에 빗대어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떤 나라의 기술 발전 방향이 다른 나라들이랑 너무나 다른 경향으로 발전되다 보면 나중에는 도태된다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갈라파고스 증후군의 어원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매우 유익한 정보를 담은 훌륭한 기사라 생각되므로 꼭 기사를 읽어보실것을 권합니다).

법이나 문화도 일종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사람을 다루고 통제하는 기술, 문화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살아가는 기술. 본인 확인제의 시행은 아무래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습니다. 유독 네티즌들의 만행이 큰 사건과 사고를 터뜨리는 우리나라이기에 다른 나라들 보다 앞서서 이런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도 있지만, 분명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이 아닌 이상 방법이 잘못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실정에만 맞는 법을 만들어서는 지금은 갈라파고스 증후군의 덫에 걸리고 말 것입니다. 더군다나 인터넷과 같이 무엇이든지 경계선이 애매모호한 매체에서 집행되는 법은 매우 고심하여 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YouTube와 같은 다른 나라의 서비스들도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진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서비스들도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고... 여러가지 면에서 인터넷쪽 사업에 대해서는 좀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 됩니다.



그럼 대안은???
생각해봐야죠... 하지만 일단 교육 정책에서 윤리교육이 많이 강조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네티즌 계몽운동을 통해서 의식수준을 함양해야 하겠으며, 우리모두 다른 사람의 언행에 대해서 객관적인 태도로 여유있게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 확인제와 같은 법 시행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정부의 법 개정 취지와 시도는 좋았지만, 너무 섣부르게 생각하고 만든 법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임시 방편으로 만든 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악플 추방 캠페인 벌이는 것과 같은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