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요계는 지금 유례 없는 불황을 맞이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음반업계에서는 모두 불법 MP3 유통이 원인이라고 한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닌것 같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MP3 탓만 할것인가?

요새 CD 플레이어 들고 다니면서 음악 듣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MP3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CD 플레이어는 어느새 종적을 거의 감추다 시피 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음원을 정식으로 살 수 있는 루트가 생겼지만, 2~3년 전만해도 MP3를 구매할 수 있는 루트는 없었던것 같다. 그래서말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MP3 불법 유통에 반기들 들던 가수들과 음반없계 사람들 중에 정말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불법 MP3 한 곡이라도 안쓴 사람이 있을까?

이번 post를 통해 나는 MP3를 불법으로 유통 또는 사용하는 사람들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앞으로 음반 업계가 MP3를 취급하지 않고서는 성장하지 않을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음반업계에서 그토록 음원 장사를 기피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사용자들이 음원 구매를 기피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먼저 음반업계에서 음원 장사를 기피하고 있는 이유부터 살펴 보자. 그것은 아마도 음원의 불법 유통을 더욱 부축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CD나 카세트 테이프로 음반장사를 하던 시절에는 불법 유통이 없었던가?

미국에는 빌보드 차트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길보드 차트가 있었다. 길보드라는 말은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던 Mixed Tape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처럼 MP3가 있기도 훨씬 전부터 불법 유통은 성행했다. 그래도 불법 유통되던 음반의 양보다는 정품 음반이 유통되는 양이 훨씬 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정품으로써의 소장 가치, 그리고 음원과 함께 제공되던 부수적인 콘텐츠... 콘텐츠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정품 음반을 사면 항상 수록곡에 대한 정보와 가수의 사진들이 음반과 함께 제공되었다. 바로 이 요소가 정품 음반이 불법 음반과 차별되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Apple의 Itunes를 기반으로 한 Music Store를 살펴보면 음원을 구입하면 그 음원이 속해 있는 앨범 자켓 이미지와 함께 가수에 대한 정보까지 다운로드 되어 ipod에서 음원 재생시에 구매한 CD를 사서 보는듯한 그런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게 된다. 당신은 다운로드 받은 MP3들의 파일이름 또는 Tag 정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합니까? 아직 Apple Music Store에서는 우리나라 가요를 취급하지 않는 관계로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구매한 모든 음원들의 파일이름이나 tag정보들은 잘 정리되어 굳이 편집할 필요가 없을듯 하다.

2.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음원 구입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공짜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생겼으며, 합리적인 가격에 음원을 구할 수 있으면 충분히 돈을 내고 음원을 구입할 사람도 많이 있으리라 믿는다. 나 역시 그런 사람중에 하나이고, 시도 해봤다. 그러나 내가 음원장사를 하는 업체에 가지고 있는 불만은 다음과 같으며, 그 이유들 때문에 아직까지는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음원을 구매하는것을 꺼리고 있다. (벅스 뮤직에서 구매한 경험이 음원 구입의 유일한 경험이지만 다른 음원 판매 업체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 첫번째는, 달랑 음원만 판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정품 음반 구입의 가장 큰 merit중에 하나는 그와 함께 딸려오는 여러가지 부수물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수의 사진들, 그리고 가사집... 그것은 나에게 정품 음반을 구입하는 이유중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음원 판매업체에서는 그런 콘텐츠를 빼놓고 음원만 판매하고 있다.

- 두번째는, 바로 하나의 MP3 플레이어에서만 재생할 수 있다는점. 복사해서 다른 매체에서 저장해서 들을 수 없다는점. 만약 MP3 플레이어 기변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뭐 그것에 대한 대책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구매한 음원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이 제한된다는 사실 자체가 나로써는 상당히 불쾌했다. 컴퓨터와 MP3 플레이어에 동시에 저장할 수 없다는점, 그게 가장 마음에 안들었다.

위와 같은 두 이유 때문에 나는 다시 어둠의 경로로 돌아서려다가 소리바다에서 월 4000원을 내고 음원을 다운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필터링 되어사 다운 받아지지 않는 곡들도 상당수 있었으며, 음반업계의 반발로 서비스 자체가 폐쇄된다는 소식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음반 업계... 살아남으려면 MP3 음원 장사부터 새롭게 개념을 달리해서 시작해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는 적절한 가격을 주고 음원을 구매해야 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겠고, 판매자는 소비자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의 변신을 꾀하여 더 좋은 콘텐츠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것 같다. 제발... 음반 업계,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끼리 협력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