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올림픽 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NE1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친한 대학 선배가 음악쪽 일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빅뱅 콘서트 가고 싶지 않냐고 해서, 우스게 소리로 "2NE1이라면 몰라도 빅뱅은 좀...."이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2NE1 콘서트가 열리는 바람에 표를 싸게 구매 해서 갔습니다. 혼자 가기는 그래서 SNS 통해서 같이 갈 사람 찾았는데, 불행인지 다행히 고등학교 남자 후배가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별 기대 없었습니다. 그냥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예쁜 2NE1 멤버들 노래하고 춤추는것 얌전하게 구경하다가 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표를 등기 우편으로 받고 보니 표는 스탠딩석... 클럽 같은 곳도 가본적도 없는지라 스탠딩으로 콘서트를 구경하는 것이 좀 불안했습니다. 뭔가 좀 서운한 감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냥 좋은 자리에서 느긋하게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암튼 그래도 선배가 선심 써서 일부러 챙겨줬는데 그냥 감사하게 스탠딩 공간 뒤쪽에 뻘쭘하게 얌전히 서서 봐야 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연장에 들어가서 보니 스탠딩석은 사람들로 빽빽하게 꽉 찼고, 여유있게 뻘쭘하게 서 있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2NE1이 나와서 공연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무대쪽으로 몰리면서 공간이 좀 생길까 했는데...


공연장 불이 꺼지면서 두둥 효과음들이 나오며 2NE1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자 나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했고, 여유있게 서서 구경해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지고 2NE1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무대쪽으로 갈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그리고 2NE1이 나오자 사람들이 무대쪽으로 조금 몰리기는 했는데, 여유 공간은 생기지 않더랍니다...


어쨌든, 2NE1이 나오고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이건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조금 변태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가 산다라박의 배꼽과 박봄의 맨살 꿀벅지를 맨눈으로 직접 보다니!!! 공민지와 CL은 적어도 스타킹을 신어서 맨살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몸은 나도 모르게 리듬을 느끼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흥분된 마음에 막 소리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별로 아는 노래도 없는데, 그나마 1주일 전 부터 YouTube 2NE1 채널에서 playlist를 좀 들어놔서 그나마 조금 아는 노래는 같이 부르고 소리 질러주고 우리나라 공연 문화에 감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연 끝나고 표 구해준 선배에게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런 경험 처음이라 그랬는지 너무 신나고 재미 있었고(물론 걸그룹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왜 클럽 같은 곳에 가는지 좀 깨닫게 되면서 나는 왜 젊은 시절 그런데 안갔나 싶더군요... 노래방 가면 어설픈 춤 추면서 노래 부르는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음악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느끼면서 몸을 흔들고 손을 번쩍 번쩍 들고 박수 치는 것이 참 재미있고 기분 전환이 되는줄은 몰랐네요. 그리고 사람들이 왜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와 아울러 빠순이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콘서트는 몰라도 2NE1 콘서트는 찾아다니고 싶어졌습니다. 아직도 그녀들의 현란한 춤사위가 머리속에 생생하네요... 영상으로 보는 것이랑 완전 차원이 다르더군요... 이미 말했지만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아래 동영상 1:42 부터 나오는 장면에서 Chris Tucker가 음악을 느끼면서 운전하듯이 저도 음악을 느끼면서 운전 했던 적은 많았지만...



콘서트나 클럽 같은 곳에서 마음을 울리는 우퍼소리를 들으면서 음악을 느꼈던 적은 없었거든요...



좀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는데...

1. 공연장에서 사진 못찍게 하는것...

왜 그런지는 알겠는데, 조금 너무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PSY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YouTube 올려서 폭발적인 히트를 친 덕을 많이 본 YG이기에 더욱 좀 이해가 안갔습니다. 요즘 영상 기기들이 아무리 좋아졌다 하더라도 솔직히 공연장에서 개인이 촬영 해봤자 얼마나 잘 찍겠습니까? 잘 찍힌다 쳐도 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적 위치에 대한 제약도 있고,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것도 아니고. 제 생각에는 자유롭게 찍고 인터넷에 올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콘서트에 오고 싶게 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인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런 논리는 안먹어주나 봅니다. 뭐 어차피 공연 막판에는 다들 사진이며 영상 찍길래 저도 동참 했는데, 촬영을 금지했고 촬영시에는 퇴장 시킨다고 했기에 원래는 촬영하면 안되는 것이었으므로 개인 소장하겠습니다...


2. 공연 테마가 없었다는 것...

World Tour 공연의 이름을 All or Nothing 이라고 하며 teaser에서 CL이 주사위를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공연이름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굳이 All or Nothing 이라며 홍보한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3. 그녀들의 Lap Dance...

공연 중반부에 뭔가 이벤트 같은 것이 있었는데, 공연 시작 전에 자기네 들이 훈남 몇명(4명)을 뽑아놨다며 그들을 등장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의자에 앉히더니 멤버들이 각자 한명 맡아서 짧게 Lap Dance를 선사해 주더군요... 뭐 지저분한 Lap Dance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거기 등장한 남자들은 2NE1 멤버들이 그들의 무릎에 앉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산다라박은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서 안아주기까지 했다는... 나였다면 좋았겠지만 내가 아니었기에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4. 가장 별로 였던 시간...

게스트로 Winner가 나왔지만, 미안하지만 제가 남자였기에 가장 별로 였던 시간이었습니다.



콘서트에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지금 iTunes store에서 2NE1 음악 앨범 몇개 사서 듣고 있는데, 역시 콘서트장에서 들은 느낌은 안나네요... 다음에는 노래 다 숙지하고 가서 더 즐겁게 노는 것으로... 그리고 오늘밤 꿈에는 2NE1이 나오는 걸로...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