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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9 [영화평] Memento by Dansoonie
  2. 2012.05.21 기억과 삶에 대한 고찰... by Dansoonie

[영화평] Memento

Reviews/Movies : 2012. 5. 29. 00:34



기억은 우리를 지배 한다. 하지만 기억은 우리가 만들어 낸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이 영화의 구성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시간상으로 가장 마지막에 벌어진 일이 영화의 첫 장면으로 보여지고, 단계적으로 시간을 역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역순으로 풀어가면서 중간 중간에는 시간상 처음으로 일어났던 일을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게 처음과 끝에서 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이야기의 시간 흐름상 1/4 지점으로 두 이야기는 수렴하면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줍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도표 참고하세요.



이런 영화의 구성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어떤 일련의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심리적 상황의 표현을 극대화 하기 위해 사용된 기법이라 생각됩니다. 주인공은 어느날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샤워중인 아내가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살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를 구하다가 머리에 부상을 입어 기절하고 단기 기억 상실증세가 생겼는데, 그는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채 살해당한 아내의 복수를 꿈꾸면서 살인자를 찾아다닙니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주인공은 늘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메모를 남기고 중요한 내용은 몸에 문신을 새겨 살인자를 찾기 위한 수사망을 좁힙니다. 영화가 주인공이 자신의 짧은 기억력으로 살인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면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은 거꾸로 주인공의 왜 그 사람을 죽였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영화 처음부터 주인공이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이유와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설명만 하면 구성이 좀 특이한 뻔한 스토리의 영화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반전에 반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전은 확실한 반전이 아닌 애매 모호한 반전입니다. 모든것이 확실해지려는 순간에 영화는 우리에게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네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그런 질문...


결국 마지막에 어느정도로 이야기가 정리가 되어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동기가 밝혀지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 답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않은채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 Inception은 이 영화에 비하면 정말 많은 것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전개 순서가 순차적이지 않기 때문에 헷갈리는 부분도 있고요.


오래 전의 영화이지만 그동안 미루고 미루고 안보다가 어제 밤에 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궁금증이 생기게 하는 이 영화, 좀 짜증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 이것은 비단 단기 기억 상실증 증세 때문에 기억이 없어지는 그런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억은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고 그 기억을 형성해  가기 때문이며 기억하기 싫은 것은 때로는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통해서 사람들이 과거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 집착으로 인해 사람이 얼마나 이성적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이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수도 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래된 영화라 많이들 보셨겠지만 못보셨다면 강추입니다.



별점: ★★★★★★★☆ (9/10) 

명대사: Memories can be distorted. They're just an interpretation, they're not a record, and they're irrelevant if you have the 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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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nsoonie

할머니께서는 당뇨를 앓고 계시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치매는 아니라지만 치매 증상을 보이시고 계십니다. 따라서 할머니께서는 자기 몸을 돌보실 수 없는 상태이며 24시간나 돌봐드릴 사람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인 요양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부모님께서 올라오셔서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를 뵈러 요양원에 갔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본인이 왜 요양원에 와 계신지도 잘 기억 못하시고, 그곳이 요양원인지도 잘 모르시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건강하실때 마지막으로 뵈었던 때도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에 대학생 때 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에 대한 기억은 애기때의 기억밖에 없으셔서 언제 이렇게 컸냐고 그러십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가면 저를 알아보시는 것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찡합니다.


1시간동안의 짧은 면회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같이 말씀을 나누다 보면 본인이 하신 말씀도 10분 정도만 지나면 잊어버리시고 똑같은 질문만 계속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어차피 나도 이렇게 늙어서 기억을 잃게 된다면 현재의 삶에 대한 기억이 중요할까? 그런 측면에서 좋은 기억, 즉 추억을 만들려고 하는 내 자신의 노력은 헛된 것일까? 도대체 기억이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크게 이런 질문들을 제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인간 더 나아가 인류에게 두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기억을 자기가 겪었던 일이나 보고 들은 것을 Fact로 받아들이고 이 정보를 나중에 다시 머리 속에서 되살릴 수 있는 능력으로 바라봤을때 기억은 인간이 문명을 이룩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요소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지식은 계속 축적 되었고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문명은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오랜 역사를 바라볼때 문명이 훨씬 발달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준으로 보면 그 당시의 삶은 지금 보다 좀 불편 했을지 몰라도 우리가 10년 전에 그냥 그런대로 그때의 삶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았듯이 그 당시의 사람들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람의 기억을 통해서 문명은 발전 했고 문명의 발전을 통해 사람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편하게 살게 되었지만 기억이 문명 발전의 중대 요소였다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기억을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여 나중에 머리 속에 정보를 되살리는 것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머리속에 어떤 정보를 저장해 뒀다가 나중에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그런 능력에만 그쳤다면 우리는 Star Trek에 나오는 Vulcan족 처럼 참으로 무미 건조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사람의 기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문명은 발전 했겠지만 그 문명은 무미건조한 과학적 문명의 발전에 그쳤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기억을 하는 능력도 있지만 그 기억에 자신이 가진 감성을 그 기억에 부여합니다. 이 말은 위에서 말한 기억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측면에서의 기억이라는 것이 전제가 되기는 하겠지만 사람이 기억에 감성을 부여하게 됨에 따라 그 기억은 전혀 새로운 기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기억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기억에 감성을 부여하는 능력은 사람의 문명을 더 풍요롭게 해줬습니다. 기억에 감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자신이 좋았던 것 싫었던 것이 결정 되고, 그 사람의 취향이 결정됩니다. 이런 각자의 감성이 부여된 기억을 사람들은 서로 공유하게 되고 서로의 기억속에 남은 상대방의 기억은 또 다시 각자의 감성에 의해 다른 발전된 형태의 감성이 형성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감성이 부여된 기억을 공유하게 됨에 따라 우리의 자아가 형성 되고, 사회적인 존재로 발전해 갑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감성은 계속 풍부해지고 따라서 우리는 예술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예술의 주된 주제가 되기도 하는 사랑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에 좋은 감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은 우리의 머리속에 오래 남아  그 기억을 통해 느꼈던 감성을 되살릴 수 있게 되고, 때로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좋은 것들 까지도 기억의 형태로 머리속에 담아두어 우리가 느껴보지 못했던 감성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런 능력을 통해 우리는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예전에 느꼈던 감정을 기억을 통해 되살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큰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불행일 수 있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은 삶의 자세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Up이라는 Disney Pixar의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보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보고 참 슬픈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유년시절에 만난 단짝 친구와 성장하면서 같이 미래에 대한 꿈도 꾸고 결혼해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갑니다. 그런 식으로 분명 할아버지의 기억속에는 할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추억)들이 생생하게 남겨졌겠죠. 하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보다 먼저 병들어 죽고 결국 둘이 같이 꿈꾸던 꿈은 이루지 못합니다. 분명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같이 꾸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그동안 같이 꿈을 이루리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희망이 한순간에 사라졌을 것이고, 같이 보낸 좋은 추억들을 머리 속으로는 되살릴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와 비교가 될만한 것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좌절감을 줬을까요?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도 할아버지는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하지만 결국 둘이 꾸던 꿈을 혼자 이루고자 하면서 그 꿈을 막상 이루고 나니 기대 했던 것과  달랐고, 목숨이 오가는 그런 경험을 하면서 그 좌절감을 극복 하기는 하지만, 제가 할아버지의 입장이 된다면 참 많이 힘들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기억들을 통해서 고통받게 된다면  우리 할머니 처럼 기억력이 나빠지는 편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옛날에 좋은 기억들은 할머니께서는 여전히 잘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이 오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요지를 정리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았던 기억들을 기억하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내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같이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기억이 오락가락하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잠시 지금 좋은 추억들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리고 외로운 만큼 제가 요새 고민하는 것이 연애다 보니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대한 고민에 제 생각을 투영해 본다면, 그냥 아무나 괜찮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그저그런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더 좋을지, 아니면 오래 걸리더라도 정말 좋아해서 평생 살면 같이 행복할것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좋은 추억은 나중에 Up에서 나온 할아버지 처럼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도 하지만은 살아가는 인생의 긴 여정에서는 그만큼 값진 것은 없을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말했지만 좋은 추억들 때문에 가슴아프게 사는가 마는가에 대한 문제는 그 시점이 왔을때의 마음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늙어서 추억하면서 슬퍼할 일 없는것도 참 슬픈 일인것 같기도 하고...


쓰다보니 또 제 의사가 잘 전달이 안될것 같지만... 

Star Trek에서도 그렇게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만한 Vulcan족 외교관이 인간과 결혼해서 Spock을 낳게 된 것도 모두 인간들만이 가지고 있는 이런 감성적인 매력 때문이었을 겁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