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이었습니다. 저번 주말에 어머니랑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김준수가 토드 역으로 나오는 엘리자베스 공연을 봤는데, 좋은 자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준 제 고등학교 후배를 위해 어머니의 말씀대로 밥을 사줬습니다... 원래는 제가 얻어먹기로 한 약속이었는데, 정황상 제가 또 사주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 후배를 앞에 두고 아이패드 자랑을 막 했습니다... 이미 아이패드 나온지도 오래 되었고,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아이패드가 아니더라도 태블릿을 많이들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 후배는 없으니까... 신나게 자랑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뭔가 모를 불길안 예감이 자꾸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보며 부러워 하는 후배를 보며 계속 자랑을 했지요... 그렇게 자랑을 많이 하고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얼마전에 구입한 GTA III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 내려서 집에 가는 길... 길을 건너야 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 신호등은 파란색 불이었습니다. 집에 빨리 가려고 뛰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횡단보도에 다다르니 바뀐 신호등...

"오! 응가!!!"

를 속으로 영어로 외치고 뒤돌아서는 순간, 땅을 딛고 몸을 회전하던 발의 땅과의 마찰력이 최근에 스트레스로 왕성해진 식욕 탓에 육중해진 몸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졌습니다...

이번에는 머리속으로 조차 "오 응가!!!"를 외칠 틈도 없이 자빠지면서 졌습니다... 왼손에는 아이패드를, 한손에는 아이폰을...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야지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보호할 수 있는지 알았고, 필사적으로 몸은 반응했습니다. 오른팔은 안쪽으로 굽혀 다행히 팔꿈치와 손등으로 땅을 딛어 아이폰을 보호 했습니다. 하지만 왼손은 회전 방향 때문에 팔을 안쪽으로 굽는 방향이 땅으로 향하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굽히지 못하고 땅에 딛지 않도록 지탱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른발을 딛고 돌고 있었기 때문에 왼쪽이 회전 바깥쪽이었고, 그에 따라 커진 회전 반경 때문에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해서 팔을 지탱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왼손에 들린 아이패드의 한쪽 모퉁이가 땅과 head on 충돌 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


주변에 사람도 좀 있었는데, 창피하지도 않았고, 오로지 아이패드에 대한 생각 뿐이었습니다... 어두워서 상황 파악은 안되었지만, 한쪽 모퉁이의 알루미늄 바디가 찌그러졌고, 유리에 금이 갔습니다... 전면 유리에 금이 가 있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애써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에 와서 밝은 곳에서 확인을 해보니 상태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충격이 너무 컸던지, 금이 간걸로 끝난게 아니고, 군데 군데 유리가 박살이 나서 유리 가루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서야 무릎과 팔꿈치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팔꿈치는 약간의 멍만 들었을 뿐인데, 무릎은 오랜만에 까졌습니다...

 
이것 참 초딩도 아니고... 갑자기 저녁에 만났던 후배에게 아이패드를 몹시 자랑했던 제가 부끄러워지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 박살난 아이패드를 박스에 고이 모시고 UBASE 선릉점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에 갔습니다... 갔더니 아이패드는 수리가 안되고 교체만 가능하지만 아이패드 2 32기가  블랙의 경우는 교환 가격이 42만 9천원이라고 했습니다... 수리를 생각하고 최대 20만원까지 생각하고 갔던터라 충격이 컸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죠. 바로 영덕님인데, 이번에도 저와 동행해 주셨습니다... 영덕님께서 사설 수리업체에서 수리 받는 것을 고려 해보라고 해서 좀 알아봐달라고 했더니 금방 인터넷으로 회사 근처에 사설 수리점을 찾아서 전화해서 알아보더니 17만원 정도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고 하고 또 하고, 여러번 하고, 사설 수리 업체를 통해 수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가는 길에 괜히 뭔가 찜찜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43만원 주고 refurbished 제품으로 교환 받았습니다. 아이패드 3가 나오면 제가 그것을 사고 아버지께 제 아이패드 2를 드리기로 한 터라 refurbished로 받는 편이 더 좋겠다고 판단 되었습니다... 괜히 사설 수리 업체에서 수리 해서 화면에 먼지 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고, 괜히 강화 유리 아닌 싸구려 유리 어디서 규격만 맞춰서 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Refurbished 제품은 하루만에 재고가 들어와서 그 다음날 바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일 먼저 한 일이 케이스를 사는 일이었습니다. 그냥 갑자기 케이스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박스에 챙겨서 고이 집에 가져왔습니다...

 

케이스는 벨킨의 제품으로 구입했는데, 깔끔하고 스마트 커버가 뒤로 젖혀져 있을때 덜렁 덜렁 거리지 않고 케이스에 딱 달라 붙도록 금속 판도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가격은 다소 비싼것 같은 33,000원...

 
하루 아이패드 없이 살았는데 뭔가 삶이 매우 허전했습니다. 없으니까 괜히 누워서 아이패드로 웹서핑이 하고 싶고, 평소에 아이패드로 게임도 잘 안하는데 새로 구입한 GTA III도 자꾸 하고 싶고, 평소에 읽기 않던 PDF 책들도 읽고 싶어졌고...

그래서 곧 영국으로 1년간 떠나는 친구를 만나고 늦게 귀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복 하고 잤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운 교훈은...

1. 과도하게 아이패드 자랑을 하지 말자...
2. 아이패드를 들고 뛰지 말자...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