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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6 Season Day 첫날 2 by Dansoonie

Season Day 첫날

My Life/일상 : 2012. 5. 26. 23:49

제가 다니는 회사는 매년 두번씩 반기별로 회사 전체가 시즌데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1박 2일로 가기도 하고 한번은 못가서 그 다음 시즌데이에는 제주도로 2박3일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시즌데이는 안동으로 떠났습니다. 금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오늘 이른 저녁시간에 도착했습니다...


금요일 아침 10시까지 모두 회사에 모여 출발했습니다. 아침은 회사에서 맥도날드의 소세지 에그 맥머핀과 김밥을 제공해줘서 관광버스 안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So called brunch라며 배식을 해줬는데, brunch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양이 적었습니다. 왜냐하면 공식 일정상 그날 저녁 7시 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안에서 책을 좀 읽다가 잠들었는데 차가 멈추길래 깨어봤더니 충주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내려서 볼일을 보고 저는 덤으로 7시까지 공식 일정상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뭔가 먹을것을 찾아다녔습니다. 휴게소를 배회하다가 찾은 것은 구글 순대가 아닌 구슬 순대... 구슬 순대라는 단어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구글 순대로 읽어버렸습니다. 역시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저의 무의식 세계에 구글은 이미 깊이 침투해 들어와 있나봅니다... 사실 나는 애플이 더 좋은데...



맛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냥 먹을만 했습니다. 그냥 7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신기함 때문에 사먹은 것이라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시 관광버스에 탑승해서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지방으로 가면서 제 아이폰의 3G 신호는 약하게 잡히기 시작했고 첫 목적지인 병산서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배터리가 출발 당시 80%에서 30%로 떨어졌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단체 사진을 찍으려는 와중에 저는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럭키가이가 된 기분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병산서원 안을 관광했습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계시던 곳이라던데 역사적 학식이 별로 없는 저에게는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기 전에는 공부를 해야 하지 말입니다... 그나마 관리인 아저씨께서 설명을 재미있게 잘 해주셔서 이곳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 문화유적이 우리에게 주는 그 의미를 잘 알지는 못했어도 공기 좋고 경치가 좋은 곳에서 학문을 닦았던 유생들을 생각하니 부러웠습니다. 서원 뒤는 숲이 우거져 있고, 앞에는 강이 흐르고, 그 뒤에는 또 산이 병풍처럼 멋지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서원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입교당 천장에는 제비가 집을 틀고 살고 있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자연과 함께 숨쉬면서 공부하는 것... 상상만 해도 상쾌했습니다.



물론 이곳 생활도 몇일이면 좀 지루해지겠지만요... 당장 병산서원 안에서 3G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아서 막 화가 났으니까요... 덕분에 제가 Life Logging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FourSquare에서 병산서원을 체크인 하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했는데, 웃기게도 병산서원을 나오니까 3G 데이터 통신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사장님께서 이번 시즌데이의 컨셉은 요양하고 쉬고 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예감이 안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유생들이 풍류를 즐기기 위해 놀러 갔다는 하회마을이었는데, 거기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생들은 서원 앞에 있는 강에서 나룻배를 타고 유유히 하회마을까지 갔다는데 60명이 넘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모두 나룻배를 탈 수는 없었던 노릇...



도보로 4Km를 위의 오른쪽과 같은 길, 그리고 그보다 더 경사가 급하고 나무가 우거져 좁기도 했던 길을 1시간이 약간 넘는 시간동안 걸어갔던것 같습니다. 땀이 계속 흐르고 목은 마르고, 가지고 있던 얼음 물은 미지근해지고... 나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아이폰은 남은 반나절 동안 돌아다니면서 FourSquare로 체크인 할 수 있도록 꺼놨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30%의 배터리도 병산서원을 떠날때 쯤에는 15%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어쨌든 힘들게 하회 마을에 도착...



예전부터 남희석 아저씨르르 보면서 하회마을에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볼꺼리는 별로 없었습니다. 마을 내부는 제가 민속촌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어느 민속촌만도 못한것 같고, 여기저기 뭔가 공사가 이루어졌는지 하다 만건지 알 수 없는 정돈되지 않은듯한 그런 느낌, 그리고 그런 모습 때문에 역사적으로 뭔가 그 모습이 고이 간직된 역사마을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나마 좀 뭔가 역사적이고 전통적이고 민속적이라고 생각 되었던 마을의 한 부분입니다...



주말에 오면 탈춤과 같은 공연도 있고 볼거리가 좀 더 있다는것 같기는 합니다만 금요일 오후에 하회마을을 방문한 저에게 가장 큰 볼꺼리는 낙동강이 흐르는 경치였습니다. 신기전의 마지막 전투씬에서 등장하는 그런 장소를 방불케 하는 강변의 모래사장, 그리고 강 옆에 있는 산에 생긴 절벽 부용대.



볼거리가 이정도 밖에 없으니 하회 마을의 가장 큰 재미는 마을 곳곳을 쉽게 누비고 다닐 수 있도록 마을에서 대여해주는 전기 스쿠터를 타는 것일것 같습니다... 



얼마에 대여해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이 좀 타고 다니는 것을 봤고, 남녀 커플이 다정하게 영화 타이타닉의 유명한 포즈로 타고 다니는 모습도 봤고 재미있어 보여서 그랬는지 남자 둘이 같이 타고 신나게 돌아다니는 것도 봤습니다. 스쿠터 구조상 서로 껴앉지 않으면 불안정한 자세가 나오는데 남자 둘이 더운 날씨에 잘도 껴안고 타더군요... 그들의 우정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들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하회마을을 쭈욱 둘러 보고 간 곳은 하회 장터였습니다...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오는 길과 유사 하지만 그보다는 좀 무난한 길을 또 한 20~30분 정도가 걸었습니다.


 

저는 뭔가 전통 재래시장과 같은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이것은 뭐 잘 정돈된 그런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장터였습니다. 게다가 그곳에서 파는 하회탈 기념품들도 전통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Made in China로 보이는 탈들이었습니다. 저는 적어도 여기에 오면 한복을 입은 장인들이 탈만 만드는 곳이 있어서 어떻게 만드는지 볼 수도 있고 세계에 유일무이한 탈 하나 정도는 기념품으로 살 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그랬더라면 한 7~8만원 정도는 투자해서라도 탈을 살 생각이 있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 기대 이하의 하회마을 장터에 있는 여러 식당중에 하나 들어가 우리 회사 사람들은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힘든 공식 일정은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막걸리 한잔씩 들이키고 다시 관광버스에 탑승해서 하루 묵게될 농암종택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병산서원보다 경치가 더 좋았습니다. 다만 여기저기 공사를 하다 만듯한, 또는 건설 폐기물 같은 것이 보여 보기는 안좋았습니다.



이렇게 산좋고 물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집도 짓고 서원도 짓고 농암 이현보 선생은 그렇게 사셨나 봅니다. 제가 하룻밤 잔 방은 농암종택 옆에 있는 분강서원의 서재였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 나오는 이 방입니다.



짐을 대략 풀고 하루종일 힘들게 돌아다녔던 터라 좀 편한 반바지로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는 이름모를 꽃들이 예쁘게 많이 피어있었고 그중에 제가 아는건 오로지 데이지 뿐!!! 너무 힘들었던 하루라 오로지 밥먹을 생각에 사진을 안찍다가 싱싱하게 피어오른 데이지를 보고 사진 한장 정도는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장 찍어봤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갔던 곳은 대자연 가든... 그곳에 먹은 음식은 안동에서 유명하다는 간고등어와 찜닭 이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는지 진짜 맛있어서 그랬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진짜 맛이었습니다. 아울러 된장찌개와 반찬으로 나온 파김치는 예술이었습니다. 파김치는 어떻게든 라면을 소환하고자 하는 제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지만 그 외진 시골에 음식점에서 라면을 먹는다는 것은 좀 힘들어보였습니다...



이렇게 맛있게 식사를 한 후에 다시 농암종택으로 돌아와 회사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사장님의 간에서 분비되는 알파효소와 베타효소에 대한 설명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