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첩을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수첩을 사용해서 메모도 하고, 스케쥴도 관리도 하고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일일히 기록하고 싶지만, 글씨를 못써서 그런지 일단 수첩에 무엇인가 쓰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길지 않은 인생을 하루하루 보람차고 알차게 살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살아보겠다고 한동안 유행하던 시스템 다이어리를 구입해 본적도 있지만, 거의 무용지물이었죠...

역시 난 컴퓨터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수첩따위 같은 것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라고 외치면서 아버지께 계획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PDA가 필수적이라고 하면서 Palm 기반의 Sony PDA인 Clie T 시리즈 중에 하나를 구입해서 사용했지만, 거의 MP3 플레이어와 미친수족관, 비쥴드 전용 게임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때,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침체로 이어진 취업난 때문인지 여러가지 자기계발 방법론들이 유행처럼 확산되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론들 중에 저는 프랭클린 코비 아저씨의 방법론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속지값과 다이어리값만 낭비하였습니다. 1년 중에 총 1달 분량정도만 제대로 사용했다고나 할까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원래 손으로 무엇인가 쓰는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책상에 앉아서 제대로 자세 잡고 글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제가 봐도 무슨 글씨인지 알아보기 힘들거든요. 그것도 그렇고, 뭐 이래저래 회사 이외에서는 다른 삶이 없었던 터라, 시간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회사 내에서 해야하는 일들도 계획적으로 했다면 좋았겠지만, 하루종일 회사에서 지내다 보니 그냥 그때그때 시키는 일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애초에 계획을 세워서 일을 하는 훈련이 안되었기 때문에 다이어리 사용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것 같습니다...


자~ 이제는 미친듯이 야근하지도 않고, 밤낮이 뒤바뀐 생활도 하지 않는, 퇴근 후에 집에와서도 무엇인가 할 시간이 남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폰을 구입했고, 그것을 계기로 다시 한번 좀 계획적으로 잘 살아보려고 했으나, 다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이폰 사기 전 까지만 하더라도, 아이폰만 있다면 난 정말 내 인생을 잘 계획해서 살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은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정말 쓸만한 앱이 없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미 존재하는 앱을 얼마나 쓰면서 계획적으로 사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겠습니다만, OSAF에서 왜 Chandler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를 보면 아직까지 손쉽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일정이나 계획을 정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앱, 범용적으로는 데스크탑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도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뭐, 핑계를 대기 보다는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위너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에 저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동안 Orgernizer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기록하는 습관이 안되어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할일을 계획하고 그것들을 기록한 후에, 그 일들을 수행한 후에는 체크를 하고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다른 계획이 또 생기면 기록하는 사이클이 계속 이어저야 하는데, 저는 그 사이클이 이어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organizer를 잘 사용해보겠다고 결심한 후에 할일들을 정리해보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잊어버리는 일이 잦았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보기로 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세운 계획에 따라 수행한 일은 꼭 확인하는 습관 들이기... 이것이 앞으로 제 단기간 목표입니다...
Posted by Danso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