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집 강아지 도리가 세상을 뜬지 딱 4개월이 되는 날이네요(2012/07/15 - (우리집 애완견) 도리가 생을 마감했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고등학교 다닐때 부터 유화를 취미로 그리시고 계신데, 어머니께서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셨습니다.



왼쪽 사진은 어머니께서 스마트폰을 장만하시자 마자 도리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기 위해 찍은 사진인데, 바로 이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셨더군요. 도리가 죽기 한달 반 쯤에 찍은 사진인데, 저 사진을 볼때 마다 가슴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도리가 그립기도 하고 전자기기를 워낙 좋아하시지 않고 잘 다루지 못하시는 어머니께서 스마트폰을 사신 후에 도리를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랑을 듬뿍 담아 정성스럽게 찍은 사진인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스마트폰에서 저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오면서 그날 찍은 다른 사진들도 봤는데, 성능이 별로 좋지 않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도리 사진을 찍느라 고생하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더군요. 저 사진을 찍을 당시에 도리는 이미 귀가 거의 먹은 상태라 아마 가만히 있으라고 말 해도 잘 알아듣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저 사진을 보는것 만으로도 눈가에 눈물이 글썽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저 사진을 보면서 한동안 시간나는대로 틈틈히 저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저 그림을 그리시는 시간동안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사진이랑 별로 비슷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눈이 살짝 더 슬픈 눈이고, 사진에 나온 얼굴 각도와도 약간 다릅니다. 사진과 약간 다르지만 저 모습은 도리가 생을 마감하기 몇일 전의 다른 사진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입니다. 무의식 속에서 사진 속의 모습이 아닌 도리의 최후의 모습들이 그려진 것 같습니다.


물론 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들도 많지만 그 만큼 도리와의 이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가슴이 아픈 일이었습니다. 저에게 도리와의 소중한 추억은 기억하고 싶은 동시에 더 슬프게 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도 아니지만요.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거의 집에 없었기 때문에 도리와의 추억은 어머니께서 더 많아서 저 그림을 그리시는 것이 더 힘드셨을 수도 있는데, 정말 잘 그리셨네요. 그냥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마음이 아픕니다... 슬픔을 예술로 승화하셨나봅니다...


저 그림은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줘야겠습니다... 뭐 내 자손들이 저 그림의 가치를 이해할리 만무하지만요...


저 사진으로 도리와 함께 했던 마지막 순간들이 생생하게 다시 떠오르네요... R.I.P.


- Added on 2012/11/26 at 14:00

위의 그림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도리 옆에는 까까통이 있어야 한다면서 완성된 그림을 카카오톡으로 방금 보내주셨습니다.




Posted by Dansoonie